‘공공기여’ 갈등에 재건축 속도 늦춰져
1기 신도시 재건축도 차질 가능성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가 이어지며 이를 추진하는 단지가 늘고 있으나, 공공 기여를 놓고 잡음이 이어지면서 사업 속도가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공공 기여는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한 수익을 공공을 위해 일부 내놓는 것으로, 임대주택이나 도로, 공원 등을 기부채납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현금을 낸다.
18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은 데이케어센터(노인요양시설) 기부채납 방안을 놓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 아파트는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을 진행하기로 하고 시와 정비계획안을 조율해 왔다. 서울시가 용적률 최대 400%, 최고 층수 65층 혜택을 주는 대신 노인 주간 보호시설인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요구하자 일부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시범아파트의 한 조합원은 “데이케어센터가 들어서야 한다면, 차라리 신통기획 방식을 철회하는 편이 낫다는 조합원도 상당수”라고 했다.
이에 시범아파트 재건축 시행을 담당하는 신탁사는 최근 서울시와 재건축 계획에 포함된 데이케어시설을 삭제하고 대신 문화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다만 문화시설을 제안하더라도 규모·형태·시설 등이 시 조건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제안이 거절될 가능성이 있어 재심의에 들어가면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 강남권에서 처음으로 ‘공공재건축’ 방식을 택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7차’는 기부채납 문제로 사업 철회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는 당초 공공재건축에 따른 용적률 혜택 대신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했다. 조합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마련한 재건축 계획에 따른 공공 기여율은 16.1% 정도였다. 그런데 서울시가 최근 추가 기부채납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서울시는 기존 3종 주거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 상향이 이뤄졌으니 그에 맞춰 기부채납을 더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이미 임대주택을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에 추가 요구는 근거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공공 기여를 둘러싼 재건축 단지와 지자체의 갈등이 반복되면서 향후 1기 신도시 등 노후 도시 재건축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은 최대 750%까지 용적률을 높일 수 있는 대신, 기준용적률을 초과한 용적률의 최대 70%까지 공공 기여를 해야 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공공 기여 비율에 따라 단지마다 사업 진행 가능성과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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