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33] 진인(眞人)의 뒤꿈치 호흡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2024. 2. 1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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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양재천 옆에 1km 길이 맨발 걷기 전용 황톳길이 있다. 추운 날씨에도 양말과 신발을 벗어 담벼락에 얹어 놓고 40~50분 걸어 보니까 머리가 시원해지는 느낌이 있다. 왜 한국의 60~70대는 맨발에 열광하는가. 맨발은 어떤 효과가 있는가? ‘장자(莊子)’에 나오는 ‘진인종식(眞人踵息)’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진인은 뒤꿈치로 숨을 쉰다’는 뜻이다. ‘踵(종)’은 뒤꿈치이다. 여기에서 진인은 마음이 항상 평화롭고 담담한 사람을 가리킨다. 존재 그 자체로 마음이 평화로운 사람은 구원받은 사람이요, 도를 통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숨을 쉴 때 그 호흡이 뒤꿈치까지 깊게 내려 가게 된다. 호흡이 뒤꿈치까지 내려가게 되면 마음이 평화롭지 않을 수가 없다.

근심, 걱정이 많은 범부는 숨이 목구멍에서 멈춘다. 항상 헐떡거리는 삶을 산다. 언제나 호흡이 아랫배를 지나 발바닥까지 내려간단 말인가! 침을 놓을 때 참고가 되는 인체경혈도(人體經穴圖)를 머리맡에 걸어 놓고 있다. 이걸 보면 발뒤꿈치 부위에는 혈자리가 있다. 수천혈(水泉穴)이다. 샘물이 솟는 혈자리이다. 뒤꿈치 호흡을 하려면 수천혈이 열려 있어야 한다. 현대인은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머리에 열이 올라 있는 상태이다. 뚜껑 열리는 일이 많다. 불타는 머리를 식혀줄 물이 있어야 한다. 이 물을 공급해 주는 혈이 발뒤꿈치에 있는 수천혈이다.

발바닥에 있는 또 하나의 혈자리가 용천혈(湧泉穴)이다. 샘물이 솟는 자리이다. 혼례를 치르고 첫날밤을 치르기 전에 친구들이 신랑의 발바닥을 방망이로 때려주는 풍습이 있었다. 방망이로 때리는 부위가 바로 용천혈이었다. 이들 혈자리는 콩팥, 즉 신장(腎臟)을 자극해 준다. 성 기능을 활성화시켜 주는 풍속이었다. 신장에 적당한 자극을 주어야 새신랑의 물 공급이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물 공급은 남자의 정력과 직결된다.

맨발로 걷다 보면 발뒤꿈치나 발바닥에 있는 이러한 수천혈, 용천혈을 자동적으로 자극하게 된다. 머리의 화기가 다리 쪽으로 내려가고, 수기는 머리로 올라간다. 머리가 시원해지고 인체의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니까 치유 효과가 발생하지 않나 싶다. 딱딱한 구두나 밑창이 두꺼운 운동화를 신다 보면 혈자리 자극이 어렵다. 나이를 먹을수록 기(氣)가 전부 머리로 올라간다. 아래로 내리는 데는 맨발 걷기가 직방이다. 통증만 견딜 수 있으면 바윗길을 걷는 것도 좋다고 본다. 바위의 암기(岩氣)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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