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19] 얇은 천으로 가린 예수
숭고한 종교적 의미나 미적인 완결성을 따지기 전에 순전히 작가의 손재주에 놀라 탄복하게 되는 미술품이 있다. 18세기 나폴리의 조각가 주세페 산마르티노(Giuseppe Sanmartino·1720~1793)의 ‘베일로 가린 예수 그리스도’가 그렇다. 산세베로 예배당 중앙, 석관을 덮고 있는 대리석 침상 위,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의 시신이 베일 아래 누워 있다. 얇고 부드러운 천이 몸의 윤곽을 따라 주름지며 흘러내리고 그 속에서 고통으로 눈을 감은 예수의 얼굴, 호흡이 멈춘 가슴 아래 앙상하게 솟아오른 갈비뼈, 창에 찔린 옆구리의 성흔(聖痕)이 뚜렷하다. 눈 뜨고 볼 수 없이 처참한 그 몸을 가리기 위해 덮었을 천인데 오히려 십자가형의 흔적이 투명하게 드러난다. 놀라운 건 침상, 베개, 예수와 베일 모두 한 덩어리의 대리석을 깎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이 상은 산마르티노의 첫 작품이었다. 원래 다른 유명 조각가가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가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무명에 가까웠던 산마르티노에게 맡겨졌다. 그런데 완성작이 공개되자 베일의 작가가 산마르티노가 아니라 조각을 주문한 산세베로 왕자 라이몬도 디상그로라는 소문이 돌았다. 수륙양용마차, 폭죽, 자동 양수기 등을 발명했던 라이몬도는 오늘날이었다면 놀라운 엔지니어 왕자님으로 추앙받았겠지만, 당시로서는 괴짜 연금술사로 통했다. 그러니 사람들은 그가 대리석 예수상 위에 천을 덮은 뒤 연금술을 이용해 천을 대리석으로 바꿨다고 믿었던 것.
키우기 쉬운 식물로 잘 알려진 ‘산세베리아’의 이름이 바로 연금술사 산세베로 왕자에서 나왔다. 산세베리아가 실내 공기를 정화해 주는 놀라운 연금술을 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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