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사 대하는 정부의 감정 섞인 언어

김태준 기자 2024. 2.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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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배석한 장차관들과 입장하고 있다. 이날 한 총리는 "의료계 일부가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거론하고 있다"며 "의료공백이 벌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에 대해 “전공의들이 환자를 버려두고 병원을 떠나는 것은 국민을 죽음으로 모는 반의료 행위”라며 “국민을 상대로 한 싸움”이라고 했다. 이밖에 정부 곳곳에서는 “대국민 상대 협박” “타협은 없다” “국민을 인질로 삼았다”부터 ‘죽음’ ‘반의료’ 등의 과격한 발언이 나왔다. ‘국민 대 의사’ ‘환자 대 의사’의 대결 구도를 만들려는 것 같다.

정부 정책에 대해서 누구든 반발할 수 있고, 그 때 정부가 할 일은 정책의 정당성을 국민에게 차분하게 설득하는 것이다.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증원 계획에 대해 ‘로드맵’을 설명하고, 이를 수십 번이고 수백 번이고 되풀이해야 한다. 정부의 언어는 편 가르기가 아니라 설득의 언어가 돼야 한다. 편 가르기의 언어는 야권과 일부 의사의 ‘총선용 의대 정원 확대’ 주장에 기름을 붓고 있다. 여당 관계자도 “의사들의 반발이 길어지고 실제 피해가 속출할 경우 여론은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2020년 9월 의사 파업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 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른바 ‘의사 대 간호사 갈라치기’를 한 것이다.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은 “국민을 상대로 좌표를 찍었다”는 논평을 냈다.

국정을 갈라치기로 운영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잘 보여준다. 문 정부는 ‘강남 부동산’을 적폐로 몰아 국민적 지지를 얻으려 했다. 처음에는 많은 국민이 박수를 쳤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의대 정원 확대도 마찬가지다. 찬성 여론만 등에 업고 의사들과 국민을 편 가르는 방식의 언어를 고수할 경우 정책은 실패하고 의사와 국민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 국민 갈라치기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것은 좌파 정권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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