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조선인의 恨 서린 홋카이도
삿포로시 박물관에 전시 눈길
한국인에 인기 여행지이지만
선조들의 고통은 잊지 말아야
일본 삿포로시 홋카이도박물관은 지금의 홋카이도를 만든 100년을 되돌아보며 조선인 노동자를 기억하는 내용으로 전시 중 일부를 구성했다. 1930년대 말 일제가 만주 침략을 본격화하면서 젊은이들이 전쟁터로 나가자 생긴 산업현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끌려온 이들이었다. 인력부족이 유독 심각했던 곳이 광산, 탄광이었다고 한다.
특히 1939년 10∼12월 삿포로군 미쓰비시 데이네 광산 등에서 잇달아 발생한 쟁의를 정리한 전시 패널은 조선인 노동자들이 직면했던 현실의 참담함을 짐작하게 했다.
10월 21일, 조선인 광산 노동자 239명이 7개 요구 사항을 내걸고 작업거부에 돌입했다. 요구 사항 중에는 식사 개선도 있었다. 일본 내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거나 조선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이들이 상당수였지만 일본 경찰에 저지당했다. 같은 달 27일 다른 작업장에서 일본인 지도원이 조선인 노동자를 구타한 것에 항의한 쟁의가 발생했다. 탄광 작업 중 일본인 광부가 조선인 광부를 철봉으로 때린 것에 항의해 280명이 작업 조건 개선을 요구한 곳도 있었다. 조선인을 대상으로 한 일본인의 폭행은 드문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작업 중 발생한 사망사고는 큰 분노를 촉발했다. 11월 7일, 한 광산에서 조선인 노동자 292명은 낙석사고로 사망한 동료의 시신 처리와 장례 참가자 수 제한 등에 격렬하게 항의했다. 다른 곳에서는 작업 중 2명이 압사하자 100명 가까운 조선인 노동자들의 갱내작업 위험성을 지적하며 작업을 거부했다.
쟁의는 임금인상, 부분적인 작업환경 개선 등으로 이어진 듯도 보인다. 하지만 대체로 2∼3일 내에 작업에 복귀했다고 되어 있어 실질적인 성과를 본 것은 아닌 듯싶다. 복귀의 계기는 경찰의 ‘알선’, ‘설득’이라고 표현한 게 많은데 사전적 의미 그대로 이해해도 되는 건가 싶다. ‘주모자’로 지목된 이들이 체포됐다 등의 설명은 폭력적 진압 혹은 강압을 떠올리게 한다.
강제동원의 시작은 당시 일본 정부의 결정이었다. 전시물 중 1939년 일본 정부가 노무동원과 관련해 내린 각의 결정서가 있다. 1939년 필요한 조선인 숫자를 8만5000명으로 추정했다는 내용이다.
긴 시간이 지난 2009년 8월 1940년대 강제동원돼 비행장 건설에 투입됐던 20여 명의 유골이 집단 발굴됐다는 소식이 한국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40∼50대 남성의 것으로 보이는 유골은 몸이 반으로 꺾여 있고, 머리 뒤쪽에는 외부 충격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구멍 두 개가 확인됐다. 유골이 매장된 구덩이에서는 이 시절 조선에서 중년 남성들이 사용했던 담뱃대를 비롯해 조선인이 많이 사용했던 헝겊 발싸개가 함께 나왔다. 2015년 9월에는 홋카이도에서 숨진 강제징용 희생자 유골 115위가 7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는 뉴스가 있었다. 유골은 홋카이도를 출발해 도쿄, 교토, 히로시마, 야마구치, 시모노세키를 거쳐 부산에 도착했다. 조선인 노동자들이 부산에서 관부연락선(1905년부터 1945년까지 부산항~시모노세키항 정기여객선)을 타고 홋카이도까지 끌려갔던 뱃길을 되돌아온 것이다.
가족여행으로 찾은 홋카이도에는 일본의 여느 곳처럼 한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어딜 가나 불쑥불쑥 들려오는 한국말은 밝고, 들뜬 기운으로 가득했다. 지금의 우리에게 홋카이도는 각광받는 겨울 여행지다. 그런 곳인지라 힘이 없어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인간 이하의 취급에 분노하고, 좌절했던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 더욱 사무쳤다.
강구열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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