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 역외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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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펼치고 미국을 찾아보자.
일차대전 승전 후 역외 균형자로 돌아간 미국의 모습이다.
우크라이나나 중동 전쟁에서 드러났듯이 미국은 관여 수준을 축소하며 이미 '역외 균형'에 보다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고립주의 부활은 물론, 미국의 역외균형자로의 복귀와 일선 후퇴만으로도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 연출되기에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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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펼치고 미국을 찾아보자. 서쪽 태평양, 동쪽으로 대서양, 날짜 변경선을 뛰어넘는 큰 바다들이 역사적으로 수많은 제국주의 강대국이 부침을 거듭했던 유라시아 대륙과 미국을 갈라놓고 있다. 거대한 자연 해자가 침략자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지세다. 핵 억제만 제대로 가동된다면 현재도 유효한 지리적 환경이다.
어떤 야심찬 유라시아 제국이 미국 침공을 시도하자면 우선 광대한 규모의 함대와 막강한 상륙부대를 건설해야 한다. 장기전에 필요한 거대한 경제력과 자원, 그리고 인구도 필요하다. 유라시아 주요 지역을 석권한 공룡 패권 국가만이 엄두라도 내 볼 만한 꿈이다. 전성기 대영제국조차 시도하지 못했다. 서반구에서 경쟁자를 허용하지 않는 우월한 지위를 확보하고, 대양을 효과적으로 지켜낼 해군력을 구축한다면 난공불락 ‘미국 요새’가 축조되는 것이다. 이미 19세기에 미국은 이를 달성했다.
미국은 천혜의 지리를 발판으로 형세 변화에 따라 세 유형의 국가 전략을 구사했다. 첫번째는 대외관여를 삼가는 ‘고립주의’다. 대양을 방벽으로 외세의 관여와 침탈을 억제하고 내적 발전에 집중하며 국력을 축적하는 전략이다. 유럽 강대국들의 미주대륙 간섭을 거부하고, 미국도 유럽 제국주의 비즈니스에 관여치 않는 상호 불간섭 원칙의 19세기 ‘먼로 독트린’이 대표 사례다.
두번째가 바로 ‘역외(域外) 균형’이다. 역외 균형론자들은 고립주의자들과 유사하게 해외, 즉 유라시아에서 벌어지는 강대국 권력 정치 게임에 대한 관여를 회피하며 군사동맹도 꺼린다. 대전쟁에 휘말려 국력과 인명을 소모하는 비극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고립주의자들과는 달리 미국에 위협을 가할 막대한 국력을 갖춘 패권국이 유라시아에 출현하는 사태를 원하지 않는다. 대양 건너 역외에 머물며 군사 개입은 최후까지 자제하면서도 우호 국가들, 주로 가치를 공유하는 자유주의 민주국가들을 지원하며 역내 세력 균형과 안정에 힘을 보탠다.
그러나 균형이 무너져 패권국 등장이 가시화되면 드디어 국력을 기울여 군사 개입에 나선다. 상륙하는 것이다. 양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의 전략이었다. 승전으로 지역 안정이 회복되면 미련 없이 바다 건너 떠나간다. 일차대전 승전 후 역외 균형자로 돌아간 미국의 모습이다.
예외적으로 이차대전이 종결된 후 미국은 점령지에 남았다. 팽창 야욕을 드러내는 소련을 견제할 능력을 지닌 역내 동맹국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영불은 양차 대전으로 일류 강대국 지위를 상실했다. 패전국 독일과 일본은 잿더미 상태였다. 적화된 중국은 소련 진영으로 넘어갔다. 미국은 역내에 남아 군대를 주둔시키고 기지를 건설하면서 동맹을 조직하고 협력국들의 재건과 방어에 막대한 재원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경찰이자 수호자로 전면에 나섰다. 세 번째 ‘심층관여’ 전략이다.
미국의 국력이 상대적으로 쇠퇴하면서 국제질서 유지 비용, 특히 해외 주둔과 동맹 관리 비용, 그리고 국방비 과다 지출이 주범으로 거론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나 중동 전쟁에서 드러났듯이 미국은 관여 수준을 축소하며 이미 ‘역외 균형’에 보다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경제 후퇴의 직격탄을 맞고 곤경에 처한 상당수 미국 시민은 지도국으로서의 책무 거부와 거친 동맹국 압박, 그리고 자국중심주의 구호를 외치며 경선에 뛰어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열광하고 있다. 격세유전의 고립주의로의 회귀마저 염려되는 상황이다. 동북아 지정학은 유럽과 또 다르다. 현상 타파를 노리는 주축 세력 중·러·북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고립주의 부활은 물론, 미국의 역외균형자로의 복귀와 일선 후퇴만으로도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 연출되기에 십상이다. 우려가 깊어져 가는 202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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