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문제다⑨] 9년째 '주주제안 전패' 신동주…은둔 생활 속 올해 계획은?
신동주, 롯데알미늄 물적분할 반대
광윤사 등에 업고 매년 주주제안
한국-싱가포르-일본 오가며 활동
부친 선영 발길 뜸해
우리나라 대기업은 대부분 오너 일가가 직접 경영에 개입하는 '재벌 경영'을 하고 있다. 이는 최고경영자(CEO)가 하기 어려운 중대한 기업의 의사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굴곡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대기업들이 오너 경영의 긍정적 사례다. 하지만 오너가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거나 퇴행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오너 리스크'가 있는 기업을 차례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부진한 사업은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그룹의 주요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말했다. 신동빈 회장은 그룹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예고하면서 조만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인공지능(AI) 전환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할 예정이다.
갈 길 바쁜 롯데그룹이지만 '신동주 리스크'를 안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이미 경영권 경쟁에서 밀려났지만, 끊임없이 동생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의 그간 행보를 보면 롯데 사업에 찬물을 끼얹고 임직원들의 사기를 땅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롯데그룹은 경영권 분쟁이 끝났다는 입장이지만, 신 전 부회장이 그룹 밖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 주총 때마다 등장하는 신동주, 올해는 롯데알미늄 주주제안
신동주 전 부회장은 오는 23일 열리는 롯데알미늄 주주총회에 대리인을 앞세워 물적분할 반대에 나선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롯데알미늄이 물적분할을 하면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며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그는 "롯데알미늄은 이례적으로 일반 주주의 권익보호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역행해 물적분할을 서둘러 강행하고 있는 바 타사의 물적분할 사례와 마찬가지로 롯데알미늄 역시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와 더불어 기업가치 희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롯데알미늄은 지난해 12월 28일 특정 사업 부문을 단순·물적분할 방식으로 분할해 롯데알미늄비엠주식회사(가칭), 롯데알미늄피엠주식회사(가칭)를 신설하겠다고 공시했다. 분할목적은 전문성을 높여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알미늄 지분 22.84%를 보유한 일본 ㈜광윤사의 최대 주주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의 주주제안이 통과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롯데알미늄의 지배기업으로는 ㈜L제2투자회사(34.91%), ㈜광윤사(22.84%), ㈜호텔롯데(38.23%), ㈜호텔롯데부산(3.89%)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신 전 부회장의 우호 지분은 광윤사 정도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광윤사를 등에 업고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과 표대결을 벌였지만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신 전 부회장은 매년 자신의 이사직 복귀안과 신동빈 회장의 해임안을 주총에 제출해왔다. 그는 9번 시도해 모두 고배를 마셨다. 그가 경영자로서 능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지 못했고 윤리의식에 대한 의문부호까지 찍히면서 주주들과 임직원들에게 신뢰받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표적인 예로 신 전 부회장이 주도한 몰래카메라 기반 '풀리카(POOLIKA)' 사업이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에서 풀리카 사업을 일부 임원들의 반대에도 밀어붙였다. 그 결과 그는 비윤리성을 지적받고 브랜드 신뢰도를 떨어뜨려 그룹에서 해임됐다. 그룹 밖으로 밀려난 신 전 부회장은 외부인인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손잡고 그룹 회계장부를 검찰에 제공했다. 그들은 검찰의 내사 단계에서 직접 출석하며 협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을 놓고 동생과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부친이 일군 회사에 검찰을 불러들였다"고 보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민 전 행장과 '프로젝트L'이라는 계약을 맺었다. 주요 계약 내용에는 롯데면세점 특허 취득 방해와 롯데그룹 수사 유도, 각종 소송 등이 담겨 있다. 이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특허심사에서 탈락해 폐점했다. 당시 면세점 직원 1300여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롯데 노조위원장들은 신 전 부회장과 민 전 행장을 고발했다. 신 전 부회장은 결국 경영권 복귀는커녕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키우고 임직원들의 신뢰를 잃은 꼴이 됐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신동주 회장은 롯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의 대표이자 주주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신동주는 연구개발을 돕고 경영에는 관여하지 마라"는 유언을 남겼지만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한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롯데그룹 정상화 활동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단 한 번도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았지만 매년 경영복귀를 시도하고 있다"며 "지금은 명분도 동력도 상실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 신동주 국내 사업 매출 0원…싱가포르-일본 오가며 사업 구상?
신 전 부회장은 신격호 명예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한국 롯데 주식을 모두 처분해 1조4000억원가량을 확보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그의 행보에 늘 주목해 왔지만 현재 '자의반 타의반' 은둔 생활을 보내고 있다.
일본에서는 광윤사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자신의 이니셜을 따서 설립한 SDJ코퍼레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그의 재계 활동과 회사의 사업 소식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SDJ코퍼레이션은 전자제품과 생활용품 무역 및 도소매를 주요 사업으로 게재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업 준비' 상태에 머물러 있다. SDJ코퍼레이션은 지난 2017년 500억원을 주고 매입한 블랙스톤에듀팜 리조트를 2021년 610억원에 매각해 수익을 낸 것이 전부다. 2022년 매출은 0원을 기록했다.
신 전 부회장은 신격호 명예회장의 묘소를 찾는 것도 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매년 신격호 명예회장의 기일에 맞춰 울산 선영을 찾았지만, 지난해 기일에는 방문하지 않고 조화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022년 11월 울산 선영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장애인주차구역에 자신의 업무차량을 주차해 비윤리성을 비난받기도 했다.
재계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일본과 싱가포르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그는 서울 성북동 대저택과 한남동 한남더힐에 거처를 두고 있다. 일본 도쿄 신주쿠와 싱가포르에도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거주지는 부촌에 위치한 초호화 리조트형 빌라로, 전 세계 '수퍼리치'들이 몰리는 곳이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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