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장택동]청사 접견실에서 수사 중인 사기 피의자 만난 치안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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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의 경찰관은 양옆에 선 2명의 남성과 친근하게 손을 잡고 서 있다.
경찰관의 어깨에는 큰 무궁화 3개가 달린 견장이 붙어 있다.
14만 경찰 가운데 단 7명밖에 없는 최고위직으로, 이 경찰관은 현직 모 지방경찰청장인 A 씨다.
문제는 함께 사진을 찍은 한 명이 가상화폐 사기 피의자 최모 씨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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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수사를 받는 상황이 되면 경찰관 그림자만 봐도 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자수하려는 게 아니고서야 피의자가 제 발로 경찰관서에 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 사진을 촬영한 장소는 A 청장의 접견실이다. 최 씨는 코인 투자금을 모은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A 청장이 관할하는 경찰서 중 한 곳에서 수사받던 시점에 청사를 찾아갔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장면이다. 경찰은 곧 기소 의견으로 최 씨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이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한 것은 최 씨다. 접견실 내 청장 자리에 최 씨 혼자 앉아 있는 사진도 함께 올렸다. ‘나 이런 사람이다’라고 과시하는 듯하다. 사기 피해자들은 A 청장과 최 씨의 관계를 의심의 눈길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반면 A 청장은 최 씨가 피의자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한다. 고향 선배와 그 선배의 아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아들의 친구라는 최 씨가 함께 와서 엉겁결에 동석하게 됐다는 취지다.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인터넷상에는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궁금하다’는 식의 댓글이 여럿 달렸다.
▷A 청장의 해명이 사실이라고 해도 문제다. 수사기관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공직자는 모르는 사람과 만날 때 조심하는 게 몸에 배어 있다. 사진 촬영은 어림도 없고, 남이 들었을 때 오해할 소지가 없도록 말도 가려서 한다. 혹시라도 상대방이 몰래 녹음해서 ‘누구랑 친분이 있다’며 악용할 소지가 있어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A 청장이 처음 만났다는 최 씨와 손까지 잡고 사진을 찍어준 처신은 부적절했다. 이들이 만난 경위와 대화 내용 등을 경찰청이 철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근래 경찰은 잇따른 고위 간부들의 일탈로 바람 잘 날이 없다. 브로커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조사받던 전직 치안감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이 사건에 연루된 현직 치안감은 기소됐다. 유치장 내 피의자를 불법 면회 시켜준 혐의로 경무관 2명이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치안정감마저 석연치 않은 언행으로 입길에 오르면서 경찰에 부담을 얹게 됐다. ‘나는 잘못한 게 없다’고 변명하기에 앞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반성부터 하는 것이 최고위직 경찰 간부가 갖춰야 할 몸가짐일 것이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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