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문병기]‘나토 발언’서 미리 보는 트럼프 2기의 새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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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작심한 듯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공세를 퍼붓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대선 유세에서 나토 방위비 기준을 달성하지 못한 유럽 주요국을 '채무 불이행자'라고 규정하며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독려하겠다"며 침공까지 부추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4일에도 나토 동맹국이 현재 각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로 부담해야 하는 비율을 2%에서 4%로 높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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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대응’ 주한미군 역할 조정 압박 대비해야
그가 나토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는 것은 공인된 사실. 하지만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방위비 증액을 요구했던 집권 1기를 넘어 동맹국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 사용을 독려하겠다는 이 발언은 미국을 최강대국으로 만드는 데 기여해 온 동맹 체제의 근간을 흔들 폭탄 발언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4일에도 나토 동맹국이 현재 각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로 부담해야 하는 비율을 2%에서 4%로 높이라고 촉구했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동맹국은 나토의 집단안보 체제에서 제외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측근도 등장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뒤에 깔린 정치적 계산에 주목한다. 이 발언은 미 상원이 중남미 불법 이민자 차단을 위한 국경 대책 강화와 우크라이나 지원을 묶은 안보 지원 예산 패키지를 같이 처리하기로 합의한 직후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일부 강경파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통과를 위해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경 대응을 요구하며 해당 예산의 처리를 지연시켜 왔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공화당의 국경 강화 요구를 대폭 수용하면서 우크라이나 예산 지원을 막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의 방위비 분담금 추가 증액 등을 언급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할 새로운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이 발언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충동적인 면모가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그의 집요한 면모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논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때마다 공약으로 강조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은 우크라이나가 상당 부분 영토를 포기해야만 가능하므로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 또한 우크라이나 종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1기 추진했던 1만2000명의 독일 주둔 미군의 철수 계획을 현실화시킬 발판도 될 수 있다. 즉 침공 독려 발언의 기저엔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유럽에 대한 미군 개입을 줄이려는 외교 기조가 깔려 있는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그의 재집권 시 한국에 내밀 새 청구서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주독미군을 괌, 팔라우, 하와이, 알래스카 등 인도태평양의 다른 곳으로 배치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는 것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 모든 동맹의 과제”라며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다”고도 강조했다. 현재 북한 대응으로 국한된 주한미군의 역할과 구성을 조정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속내다.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 역할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대만 분쟁 시 한국의 역할 등 동북아 안보 구조에 중요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이다.
유럽에선 ‘트럼프 리스크’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데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차기 나토 사무총장으로 거론되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17일 “이제 그만 징징거리고 유럽의 이익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유럽 못지않은 ‘트럼프 리스크’에 직면한 한국도 흘려듣지 말아야 할 얘기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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