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서 죽어도 아빠 된다… 우크라군 ‘냉동정자 출산’ 법안 통과

문지연 기자 2024. 2. 18.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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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 나서기 전 정자를 냉동 보관한 비탈리와 나탈리야 부부. 남편 비탈리는 나탈리야가 첫째를 임신한 지 3개월 만에 사망했다. 나탈리야는 남편이 남기고 간 정자로 출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었다. /Nataliya Kyrkach-Antonenko 페이스북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중 사망한 군인의 아내가 남편이 남긴 냉동 정자로 임신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2년간 젊은 군인들의 사망과 부상이 급증함에 따라 현지 의회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면서다.

18일(현지시각)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의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가결했다. 이 법은 여성 군인과 배우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돼 자녀 출산을 원할 경우 냉동 난자를 사용할 수 있다.

또 전쟁터에서 임신이 어려울 정도로 다친 경우에도 냉동 정자·난자를 쓸 수 있게 했다. 정자·난자 동결과 냉동 보관 비용도 정부가 지원한다. 추후 이렇게 태어난 아이의 출생증명서에 사망한 부모를 명기하는 법적 조치도 마련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진 2년 동안 젊은 군인들의 사망과 부상이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법안을 발의한 올레나 슐야크 의원은 “전쟁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과 계획이 중단된 군인들은 자손을 남길 시간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앞서 현지 군인들 사이에서는 법안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정자를 냉동 보관하려는 움직임이 일었었다. 일부 병원에서는 군인 가족의 정자 냉동 보관 시술을 무료 지원하기도 했다. 한 병사는 휴가 후 전장 복귀 전 키이우 한 병원에 정자를 냉동 보관했다며 “나라를 지키고 발전시킬 애국자가 줄게 하지 않으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밝혔다.

지난해 NYT 보도를 통해 전해진 도네츠크 출신 비탈리와 나탈리야 부부의 사연도 눈길을 끈 바 있다. 대가족을 원했던 부부는 다섯 자녀를 계획했지만, 남편 비탈리가 참전했고 나탈리야가 첫째를 임신한 지 3개월이 됐을 때 사망했다. 나탈리야는 반려자를 잃었지만 대가족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남편이 남기고 간 냉동 정자로 맏이의 형제들을 임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군인들의 정자 냉동 보관에 대한 논의는 이전에도 있었다. 과거 미국에서 몇몇 업체가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 참전 군인에게 무료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한 적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전사한 군인의 사전 동의를 전제로, 시신 몸 안에 있는 정자를 채취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예정된 고아를 만드는 일”이라는 반대론도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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