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2024년은 처음이라
[더 보다 1회] 2024년은 처음이라
갑진년 새해를 맞은 지도 한 달 반이 지났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처음인 2024년이지만, 여기 올해가 더 특별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결혼이, 엄마가, 사회가, 은퇴가 처음인 4명에게 KBS의 새 시사 다큐 프로그램 <더 보다>가 물었습니다.
'당신에게 2024년은 어떤 의미인가요?'
■ "결혼은 처음이라"
김수민(29), 이상훈(31) 커플은 두 살 터울 예비 부부입니다. 1년 반 정도 만났고, 올해 하반기 결혼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웨딩 박람회를 찾은 두 사람, 하지만 웨딩플래너에게 들은 요즘 식대는 전혀 가볍지 않습니다.
웨딩플래너/
희망하시는 1인 가격대가 어느 정도 선이세요?
이상훈/31세 예비신랑
한 6만 5천 원 이하로 보는데 솔직한 마음으로 싸면 좋죠. 싸면 쌀수록.
가격대가 조금 많이 오르기는 했어요, 신랑님. 한 7만 원 선?
이상훈/31세 예비신랑
많이 올랐네요. 갑자기 올해부터는 6만 5천 원 밑이 잘 없고… 내년 되면 다 10만 원 찍나요?
웨딩 박람회를 다녀온 뒤 예비 신부 김수민 씨는 "실감이 난다"고, 신랑 이상훈 씨도 "2년 전보다 (결혼 비용이) 1.5배 이상 오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한 결혼정보회사의 신혼부부 설문 결과, 올해 평균 결혼 비용이 3억 474만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상훈, 김수민 씨는 신혼 가전 가구도 중고거래 앱을 통해 중고 물품으로 채웠습니다. 식탁과 옷장, 냉장고, 세탁기를 모두 합해 60만 원이 들었답니다.
김수민/29세 예비신부
제가 예전부터 중고거래 플랫폼을 많이 사용해서 그런지 저는 그런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거든요. 뭐 '신혼집인데 어떻게 중고 물품을 써' 그런 것들.
물론 새로 하면 좋죠. 다 맞추고 그렇게 하면 너무 좋겠지만, 기회비용이라는 게 있잖아요. 여기서 아끼면 다른 데 더 쓸 수 있으니까…
쉽지 않은 도전에 나선 두 사람,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요?
■ "엄마는 처음이라"
김준성(39), 김정화(41) 씨는 결혼 6년 차 부부입니다.
촬영 당시 만삭이었던 김정화 씨는 지난달 2.95kg의 건강한 아이를 낳았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부부에게 찾아온 소중한 아이입니다.
김정화/41세 산모
조금 나이가 드신 여성분들 대부분 작은 근종 하나는 다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그렇게까지 어려울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근종이 빨리 컸어요. 그래서 임신이 잘 안 되더라고요.
이게 10cm 조금 넘었는데 자궁 남는 곳이 많이 없다고 이야기를 했어 가지고 임신이 어렵지 않을까 이야기도 들었고….
(혹시 기억이 나세요? 들으셨던 순간 그날?) 네. 기억나죠. 남편은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표정으로….
남편 김준성 씨는 아내 김정화 씨가 임신을 준비했던 과정을 떠올리다 끝내 눈물을 보였습니다.
김정화 씨는 "매번 ‘이번에는 됐어’라고 착각을 하는데, 안 됐을 때 실망감이 너무 커서 마음이 매우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한국 부부 8쌍 중 1쌍은 난임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산부인과학회지, 2018). 지금 이 시각에도 많은 난임 부부들이 아빠와 엄마 되기 위해 힘겨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정화/41세 산모
아직 열매 맺기 전 단계이지 않을까… 저는 아직 제가 인생을 잘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지금 마흔에 애를 가졌지만. 그래서 이제 열매가 달리고 그거를 키워가면서 조금 뭔가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될 것 같고…
(정화 님의 열매가 둥둥이*네요?) 그렇죠. 제 꿈이었으니까, 엄마가.
*둥둥이 : 태명
■ "사회는 처음이라"
문주인 씨는 올해 졸업을 앞둔 25살 대학생이자, 동시에 식물성 대체 계란을 만드는 스타트업 대표입니다.
식물성 대체 계란은 콩을 가공해 계란의 맛과 식감을 내는 '비건' 식품입니다.
특히 해외를 중심으로 찾는 사람이 늘고 있고, 가격도 실제 계란보다 저렴하다는 게, 25살 문 대표님의 설명입니다.
문주인/25세 창업가
고기뿐만이 아니라 계란이나 우유도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단백질 군이거든요. 그런데 계란 쪽은 대체 식품이 없는 거예요.
이거를 내가 만약에 기업에 취직해서, 연구원이 돼서 직접 개발한다면 얼마나 걸릴까? 지금 시기를 놓치면 좋은 시기를 넘어가서 시작하게 될 거라고 느낀 거였죠. 그때 되면 여러 플레이어도 많이 생길 거로 생각했고요.
문주인 씨가 개발한 식물성 계란 지단은 냉동 김밥 재료로 쓰여 미국으로 수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이야 '세계를 계란으로 제패하겠다'며 웃지만, 그가 처음부터 이 사업에 확신을 가졌던 건 아닙니다.
'이게 무슨 계란이냐', '허황된 아이디어다' 악평이 쏟아질 때마다 사업의 목적성과 비전에 대해 계속 고민해야 했다고, 문주인 씨는 말합니다.
문주인/25세 창업가
돈 100만 원 정도를 가지고 상경했기 때문에 숙소나 사무실이나 이런 부분이 없었어요. 그래서 월세방 단기로 4개월씩 계약을 하면서 창업도 하고…
처음에는 퀄리티가 낮으니까 '이게 무슨 계란이냐', '이거는 가짜 계란이다' 이런 식으로 악평하는 사람도 있었고.
한 7월경에 투자가 한 번 준비가 되다가 무산이 됐어요.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요구하고 그런 시기를 겪을 뻔했던 때가 있었어요.
30세 미만 청년 창업기업 10곳 중 4곳은 1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통계를 보면, 비단 문 씨만의 고민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은퇴는 처음이라"
최인규 씨는 올 하반기 정년 퇴직을 앞두고 있는 30년 차 소방관입니다.
최 씨가 소방관으로 발령을 받은 건 1993년 11월 9일, 바로 소방의 날입니다. 그런 그를 두고 사람들은 '하늘이 내려준 소방관'이라 말했습니다.
환자의 생명을 지켜내려 고군분투했던 지난 30년,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살피지 못해 그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최인규/59세 은퇴예정
환자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서, 또 소생시키기 위해서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덧 저 자신을 정작 지키지 못한 거예요.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이고 하다 보니 부끄럽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 확진을 받고…
최인규 씨는 소방관 경험을 살려, 국민 안전 교육 강사로서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첫 걸음, 30년 만에 치렀던 강사 면접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말합니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길목에서, 막연한 두려움이나 불안감 보단 설렘과 기대가 더 크다고요.
최인규/59세 은퇴예정
이상한 거예요. 아니, 언제 벌써 여기까지 왔나 생각이 들 정도로…
현재의 제 삶을 나무로 비유하자면 다가올 겨울을 인내하고 감내해야 할 깊어가는 가을, 홀로 서 있는 겨울나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따뜻한 다가올 희망으로 가득한 또 봄날을 기다려야 하는 그런 시기에 와있지 않나…
취재 : 강나루 차주하 오승목
촬영 : 조선기 강우용 설태훈
편집 : 이기승
CG : 장수현
리서처 : 김예은 신용하
AD : 김영일 유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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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루 기자 (nar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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