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준 변호사 “치킨 값에 30분 만에 배달되는 마약… 美 좀비거리처럼 될 날 머지 않아”

김수미 2024. 2. 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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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시절 넷플리스 드라마 ‘수리남’ 모델 조봉행 검거
‘버닝썬 사건’ 당시 물뽕 최초로 적발, 마약류로 등재
“10대 마약사범 10년새 11배 증가...실제론 훨씬 많아
텔레그램으로 주문, 코인으로 거래후 30분만에 배달
디지털 이용 능숙한 10대가 마약하기 쉬워진 환경
지금 해결 못하면 10년 후 미국 좀비거리처럼 될 것”
“필로폰이 치킨값이 되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주문하면 30분 만에 배달받을 정도로 청소년들이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미국 마약수사국 관계자가 10년 후면 한국도 미국의 좀비 거리(마약에 취해 좀비처럼 걸어 다니는)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하더군요.”
 
김희준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18일 세계일보와 만나 “우리나라 마약범죄가 질적, 구조적으로 바뀌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 변호사는 검사 시절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수리남’의 실제 모델인 ‘한국 출신 국제마약왕’ 조봉행뿐 아니라 국내 폭력조직과 연계해 필로폰을 전국적으로 유통한 중국 폭력조직 ‘흑사회’의 두목, 멕시코 감옥 벽을 뚫고 탈옥해 ‘한국판 석호필’로 불린 LA갱단 출신 한국인 마약밀수범 등을 검거한 바 있다.

프로포폴과 ‘버닝썬’ 사건에 이용된 신종 마약 ‘GHB’를 최초로 적발해 ‘물뽕’이라고 명명하고 마약류로 처음 등재시켜 처벌 근거를 마련한 장본인이자, 영화 ‘공공의 적2’에서 설경구가 연기한 검사역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그는 주요 마약사범 연령층이 급속도로 어려지는 상황에서 예방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최근 ‘청소년 마약에 관한 모든 질문’(공주영 공저·주니어태학)을 출간했다. 가수 지드래곤(권지용)이 추천사를 써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에 송치된 10대 마약사범이 2011년 41명에서 2021년 역대 최대치인 450명으로 11배 증가했는데, 마약은 대표적인 암수범죄(수사기관이 적발하지 못한 범죄)라서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했다. 암수범죄의 실제 발생률은 28.5배, 많게는 100배에 달한다는 연구논문도 있다.

검사 시절 한국을 떠들썩하게 한 대형 마약사건들을 담당했던 김희준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18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마약중독은 엄벌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혼자 힘으로 절대 극복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치료재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정탁 기자
10대 마약사범이 급증한 것은 직접 만나 거래하던 방식에서 온라인 익명 거래로 마약 유통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과거 마약사범들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끼리 만나서 거래했는데, 지금은 텔레그램 마약방에서 상대가 누군지 알 필요도 없이 거래가 가능해졌다”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 마약방에 초대돼 ‘절대 걸리지 않는다’는 말에 속아 호기심에 시도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필로폰 1회 투약분이 과거 15만원에서 이제 3만∼4만원대로 떨어졌고, 현금이 아닌 코인으로 거래한다”면서 “디지털 사용에 능숙한 10대가 마약하기 너무 쉬운 환경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텔레그램에서 필로폰을 주문한 뒤 손에 넣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0분이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청소년들이 단순한 마약 투약자가 아닌 공급책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2년 고3 수험생들이 성인들을 운반책으로 고용해 텔레그램 마약방을 운영하다가 적발됐다.

김 변호사는 “마약을 사려면 돈이 필요하니 드로퍼(마약을 약속 장소에 숨겨놓는 사람) 아르바이트를 한다. 심각한 마약범죄라는 인식 없이 단순한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는데 드로퍼도 공급책과 똑같이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마약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과 유럽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국에서 투약 후 좀비처럼 걷는다고 해서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을 청소년들이 병원에서 처방받아 투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미국 마약수사기관 관계자가 한국 펜타닐 중독 상황을 보면 10여년 전 미국 같다고 했다”면서 “우리나라는 지금 골든타임의 끝자락에 와 있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어려서부터 마약의 위험성을 인지하도록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공급자는 엄단하되 단순투약자는 치료재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마약 예방교육부터 수사, 처벌, 치료재활까지 종합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기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희준 변호사가 최근 출간한 ‘청소년 마약에 관한 모든 질문’(공주영 공저·주니어태학). 가수 지드래곤(권지용)은 추천사에서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려면 법과 징벌이 아닌 예방과 교육을 통한 긍정으로 시작돼야 한다”면서 “편견은 치유와 변화의 길을 막아선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마약의 위험성에 깊이 공감하며 치유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저도 검사 시절 강한 처벌을 내려 오래 수감하고 나오면 두 번 다시 마약에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연구해보니 마약중독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질병이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재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소년들에게 “뇌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청소년기에 마약을 하면 단 한 번만으로도 중독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과 가족, 사회를 파멸시킬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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