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해빠진 여주는 안녕! 박민영X장나라, 상쾌 통쾌 복수여신 [Oh!쎈 펀치]
[OSEN=장우영 기자] 착하기만 한 여주인공, 빌런의 못된 행동을 꾹 참다가 마지막에 터뜨리는 여주인공은 이제 없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박민영부터 ‘나의 해피엔드’ 장나라까지, 참지 않는 여주인공의 행보를 시청자들이 응원한다.
K드라마의 가장 큰 키워드는 ‘권선징악’ 그리고 ‘사필귀정’이 아닐까. 주인공이 온갖 고생을 다 해도 결국에는 뜻하는 바를 이루고, 자신을 막았던 빌런들을 응징하는 뻔한 클리셰를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관건이었다. 클리셰를 더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대부분은 빌런을 더 악독하게 그리면서 복수의 짜릿함 강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매번 희생됐다. 참다가 참다가, 당하고 또 당하다가 결국에는 응징을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길고 답답하다. 목숨이 위협 받는 상황에서도 참는 내용이 많이 보여지고, 질질 끄는 전개로 인해 ‘고구마’라는 비판이 괜히 있는 게 아닐 정도다. 후반부 복수의 통쾌함과 짜릿함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도 있지만 빠른 전개가 대세인 요즘에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렇게 오래 이어진 K드라마의 복수 클리셰에 정면 도전하는 두 여주인공이 있어 주목된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이하 내남결) 박민영과 ‘나의 해피엔드’(이하 해피엔드) 장나라가 그 주인공이다. 두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각각의 작품에서 빌런의 악행에 참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어 기존의 K드라마 주인공들과 비교가 된다.
먼저 ‘내남결’ 박민영이다. ‘로코퀸’으로 꼽히는 박민영은 복수 내용이 잔뜩 들어간 ‘내남결’을 선택, 훨훨 날아다니고 있다. 극 중 박민영은 남편과 절친의 손에 살해당하고 10년 전으로 회귀해 새 인생을 시작하는 강지원 역을 맡았다. 강지원은 참는 게 익숙한 삶의 태도를 180도 전환하고 운명을 바꿔나가는 인물이다. 놀고 먹는 남편, ‘아들무새’ 시어머니, 반쪽인 줄 알았는데 뒤통수치고 남편과 바람난 절친까지.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이에 괴로워하다 죽음에 이르게 된 강지원은 죽음의 순간, 10년 전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시작했다.
두 번째 인생을 사는 강지원을 막을 건 없었다. 일어난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법칙’ 아래에서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다른 이가 겪게 하기 위해 영리하게 움직이는 중이다. ‘쓰레기 남편’ 박민환(이이경), ‘밉상’ 정수민(송하윤)이 아무리 뒤통수를 치려고 해도 강지원이 그들의 머리 위에 있기에 시청자 입장에서는 편안하게 볼 수 있다. 당하고 또 당하는 여주인공이 아니라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답답함 없는 복수를 펼친다는 점에서 기존 드라마 여주인공들과는 다르다.
두 번째는 ‘나의 해피엔드’ 장나라다. 다양한 장르가 소화 가능한 장나라는 ‘해피엔드’에서 매년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생활가구 브랜드 ‘드레브’ 대표 서재원 역을 맡았다. 믿었던 남편 허순영(손호준)과 친구 권윤진(소이현), 동료 윤테오(이기택), 계부 서창석(김홍파)의 감춰왔던 비밀들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 혼란스러워하는 캐릭터를 맡은 장나라는 그동안 연기해왔던 인물들 중에서 가장 ‘흑화’에 가까운 캐릭터를 소화하면서도 몰입도를 높이는 중이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상실감과 배신을 복수로 갚겠다는 강인한 의지가 돋보이기에 그의 행보를 불안하게 치켜보면서도 응원하게 만든다. 극 초반을 관통한 “두고 봐. 이 지옥 당신들도 똑같이 느끼게 해줄게”라는 대사는 그동안 ‘권선징악’, ‘사필귀정’이라는 클리셰에 갇힌 여주인공에게서는 듣기 어려웠던 말. 처절한 분노를 표출하고 결연함을 폭발시키는 ‘해피엔드’는 최고 시청률 3.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다음을 더 궁금하게 만들고 있다.
착하기만한 여주인공은 이제 없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빌런을 제대로 응징할 줄 아는 여주인공에게 시청자들은 열렬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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