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기자의 시선] 올해 5명이 조선소에서 일하다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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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명이 조선소에서 일하다가 죽었다.
1월12일 한화오션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가스 폭발 사고 나 20대 하청 노동자가 숨졌다.
1월18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는 60대 하청노동자가 3미터 높이 계단에서 추락해 중태에 빠졌다가 끝내 사망했다.
1월24일엔 한화오션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30대 하청노동자가 물속에서 선체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다가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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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
올해 5명이 조선소에서 일하다가 죽었다.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1월12일 한화오션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가스 폭발 사고 나 20대 하청 노동자가 숨졌다. 1월18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는 60대 하청노동자가 3미터 높이 계단에서 추락해 중태에 빠졌다가 끝내 사망했다. 1월24일엔 한화오션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30대 하청노동자가 물속에서 선체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다가 사망했다. 2월5일 통영 HSG성동조선에서는 50t 크레인에 깔린 40대 하청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달 12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공장에서는 60대 하청노동자 대형 철제 구조물에 깔리는 참변을 당했다. 이렇게 단기간에, 그것도 연초부터 조선소 사망사고가 빈발했던 적이 있었던가. 전례가 떠오르지 않는다.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6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이들은 정부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엄격히 신속히 적용”하라고 촉구했다. 애석하게도 하청노동자들의 호소는 정치사회 의제화에 이르지 못했다. 사망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건건이 속보는 나왔지만, 이를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는 극히 적었다. 더군다나 위험의 외주화를 멈춰달라는 하청노동자들의 '사회적 발언'은 포털에서 수많은 기사에 파묻혀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서울 쪽 언론에서 다루는 영남권 이슈는 '총선 낙동강 혈투'뿐이다.
2022년 여름에는 달랐다. 대우조선(현 한화오션) 옥포조선소가 기자들로 북적였다. 유최안 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독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각 1미터인 철창을 만든 뒤 스스로를 가두고 농성을 벌이던 때다. 그곳에서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은 전국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당시 영상 촬영을 맡았다. 지금껏 기자 생활 중 서울에서 온 기자들을 가장 많이 본 날이 바로 그날이다. 나를 포함한 신참급 기자들은 하청지회 간부 말을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고 기약 없는 뻗치기를 했다. 또 유최안 하청노동자를 어떻게든 찍어보려고 몸을 들이밀거나 카메라를 손에 쥔 채 팔을 무리하게 뻗기도 했다. 인터넷 뉴스는 분 단위로 쏟아졌고 다음 날 상당수의 아침신문에 1면 혹은 주요 면에 하청농성 관련 기사가 배치됐다. 논조 차이는 있지만 어찌됐든 하청지회의 임금 원상회복·단체교섭 요구는 정치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
언론은 대개 이야기가 되겠다 싶으면 달려든다. 습성이 그렇다. 특히 지역이슈에 대해선 더 엄격한 잣대를 둔다. 대형재난이 일어나거나 쇼킹한 사건이 터지면 그제야 주요뉴스에 오른다. 지역 노동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지역에 있는 하청노동자들은 하청노동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지역에 있어서 소외된다. 그래서 이들의 투쟁이 극한 상황으로 치달을 때 쯤에야 언론에 보도될 때가 많다.
노란봉투법이 없는 현재로서는 제각기 다른 하청업체에 소속돼 있는 노동자들이 원청과 교섭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절박한 요구에 연대해줄 손길이 필요한데, 일상 투쟁 방식으로는 언론이 쉬이 그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길거리로 나가고 단식을 하고, 크레인에 오르고, 스스로 감옥에 가둬야 그제야 귀 기울일까. 사회적 비용을 크게 치러야만 하는 이 잔인한 작동방식대로라면 재래형 사망사고를 막아달라고 목숨을 걸고 투쟁을 벌여야할 판이다. 그전에, 언론이 먼저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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