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직접 투자도 비상…5대 금융그룹 손실 1조 넘겼다

유희곤 기자 2024. 2. 1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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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512건 평가 수익률 -10.53%
미국·캐나다 등 북미에 56% 집중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이 1조원을 넘어섰고 10건 중 1건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의 절반 이상이 몰린 북미 부동산 시장이 올해도 부진할 가능성이 높아 금융지주의 손실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의 자체 해외 부동산 투자 건수는 782건, 원금은 20조3868억원이었다. 고객에게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 등과는 별개로 금융그룹들이 자체 집행한 투자 규모다. 이 중 대출채권을 제외한 수익증권과 펀드 투자는 512건·10조4446억원인데 현재 자산가치는 9조3444억원으로 원금보다 1조1002억원이 줄면서 평가 수익률 -10.53%를 기록했다.

그룹별 대출채권 외 투자액은 KB가 2조8039억원(126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신한 2조7797억원(133건), 하나 2조6161억원(157건), NH농협 1조8144억원(55건), 우리금융 4305억원(41건) 순이다. 평가 수익률은 하나(-12.22%)가 가장 나쁘고 KB(-11.07%)와 NH농협(-10.73%)도 -10% 아래를 기록했다. 신한은 -7.90%, 우리는 -4.95%였다. 배당금 등을 반영한 내부수익률(IRR)도 산출 가능한 514건 중 약 10%인 51건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세부 투자 내역을 보면 KB증권은 2014년 10월 미국 뉴저지의 한 상업용 빌딩에 179억6800만원을 수익증권 형태로 투자했는데 현재 평가 금액은 10억7500만원 수준이다. 평가 수익률이 -94.02%이고, 누적 배당금 97억1100만원 등을 반영한 IRR도 -14.14%에 그쳤다.

신한투자증권이 2020년 12월 미국 30개 호텔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수익증권에 투자한 금액은 218억872만원인데 현재 평가액은 16억7000만원이다. 기준일에 현재 평가액을 회수한다면 IRR은 -63.30%다.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절반 이상인 55.9%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시장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은 고금리와 근무환경 변화로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는 CRE 대출 손실로 최근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8일 보고서에서 “미국은 올 상반기 경제활동 약화와 (재택 병행 등) 하이브리드 근무 정착 등으로 오피스 공실률이 19.8%로 정점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계속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대출 부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그룹이 국내에서 별 어려움 없이 번 이자수익을 해외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가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5대 금융그룹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최고 실적을 경신했고 지난해 이자이익도 사상 최대인 49조1994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는 대부분 2020년 이후 집행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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