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휙휙 전기가 쭉쭉 ‘헤엄치는 발전기’
날개 등 비행기와 생김새 비슷
해류 힘으로 프로펠러 돌려
8자 운동으로 전기 생산 극대화
날씨 등 예측 힘든 풍력과 달리
해류·조류 연속 보장 에너지원
잠재 발전 용량, 원자력 맞먹어
경비행기 한 대가 상하좌우로 동체를 마구 흔들며 움직인다. 난기류에 휘말렸거나 기체 고장으로 조종이 불가능한 상태로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 경비행기는 ‘진짜’ 비행기가 아니다. 움직이는 장소가 하늘이 아닌 바닷속이다. 푸른 물속으로 햇빛이 직선을 그리며 스며들고, 일렁거리는 수면의 움직임도 확연히 눈에 띈다.
이 괴상한 광경의 주인공은 최근 스웨덴 신재생에너지 기업인 미네스토가 개발한 ‘수중 발전기’다. 바닷물의 강한 흐름인 해류나 조류의 힘을 받아 자신의 동체 꽁무니에 달린 프로펠러를 돌린다. 회전하는 프로펠러는 풍력 발전기의 바람개비처럼 전기를 생산한다.
해류나 조류는 전기를 만들 때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다. 그런데 같은 신재생에너지인 풍력과는 특징이 다르다. 바람은 언제, 어디서, 얼마나 세게 불지 사전에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해류나 조류는 정해진 곳에서 정해진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에 예측이 가능하다. 이번 기술이 신재생에너지의 안정성을 높일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 해류 타고 ‘8자 모양’ 운동
미네스토는 최근 영국과 아이슬란드 사이 덴마크령 페로제도 바닷속에 ‘드래건 12’라는 이름의 수중 발전기를 투입해 전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드래건 12의 겉모습은 비행기와 비슷하다. 주날개 길이는 12m, 중량은 28t이다. 보통 경비행기와 비교하면 주날개 길이는 비슷하고, 중량은 4~5배 무겁다. 드래건 12에서 특히 주목되는 장치는 동체 후미에 달린 프로펠러다. 풍력 발전기가 공기의 힘으로 대형 바람개비를 돌려 전기를 만들 듯 드래건 12는 해류의 힘으로 프로펠러를 돌려 전기를 만든다.
해류는 염분과 수온 차이, 그리고 지구 자전이 만든 회전력에 의해 바닷물이 강줄기처럼 긴 궤적을 그리며 빠르게 흐르는 현상이다. 지구 바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한국 주변에는 동한 난류와 리만 한류 등이 있다. 드래건 12를 이런 해류에 집어넣어 동체에 달린 프로펠러를 돌리는 것이다.
드래건 12는 해류가 일으키는 힘을 극대화하기 위해 독특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바다 밑바닥에 고정장치를 설치한 뒤 여기에 길고 질긴 줄을 묶고 드래건 12와 연결한다. 줄에 연결된 드래건 12는 숫자 ‘8’을 그리며 자동으로 바닷속을 휘젓도록 설계돼 있다. 동체가 비행기 형상인 만큼 꼬리 날개를 움직여 운동 방향을 제어한다. 드래건 12를 8자 모양으로 움직이게 하는 이유는 전기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다. 연을 날릴 때, 얼레를 쥔 사람이 땅 위를 세차게 달리면 연이 공기 저항을 강하게 받아 하늘 높이 솟아오르듯 드래건 12를 물속에서 상하좌우로 빠르게 요동치게 하면 프로펠러가 더 빨리 돌아간다. 해류 앞에 가만히 머물러 있을 때보다 전기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 밀물·썰물 이용도 가능
드래건 12의 발전 용량은 1.2㎿(메가와트)이다. 보통 풍력 발전기 1기 발전 용량의 절반 수준이다. 풍력 발전기 높이가 대개 100m를 훌쩍 넘는 것을 감안하면 주날개 길이가 12m에 불과한 드래건 12의 발전 능력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하지만 드래건 12의 진짜 장점은 다른 데 있다. 언제, 어디서, 얼마만큼의 전기가 발생할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해류의 특징 때문이다. 미네스토는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해류는 동일한 방향으로 항상 흐른다”며 “연속성이 보장되는 에너지원”이라고 밝혔다. 해류는 어디서 나타나는지 이미 알려져 있고, 갑자기 끊기거나 약해지지 않는다. 반면 풍력은 해류처럼 신재생에너지이지만 발생 시점과 장소, 강도가 들쑥날쑥하다.
드래건 12는 조류로도 작동한다. 조류는 조수 간만의 차에 따른 밀물과 썰물의 움직임이다. 밀물과 썰물은 지구와 태양, 달의 중력에 따라 생기기 때문에 해류처럼 발생 장소와 시점 등을 계산할 수 있다. 현재도 조류로 발전하는 시설은 있다. 하지만 대규모 방조제가 필요하다. 밀물 때 들어온 물을 방조제로 강 하구에 가뒀다가 썰물 때 방류하면서 발전기를 돌리는 구조다. 방조제를 만들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고 시간도 수년 이상 걸린다. 반면 드래건 12는 그저 바닷물에 집어넣기만 하면 전기를 만든다.
미네스토는 “해류와 조류로 만들 수 있는 잠재적 발전 용량은 600GW(기가와트)에 이른다”며 “세계 원자력 발전 용량이 400GW를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목할 만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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