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피해’ 쿠팡 노동자만이 아니다
“관행 뿌리 뽑아야” 촉구…관련자 엄벌 등 보호책 목소리
현대자동차 대리점에서 일한 영업사원 A씨는 상위 15% 이내 실적을 올리는 인재였다. 새 소장이 오면서 그의 고통이 시작됐다. 새 소장의 폭언·갑질에 A씨는 직원들 의견을 모은 건의사항을 소장에게 올렸다. 소장은 반성하기는커녕 A씨를 ‘주동자’라며 해고했다.
소장의 괴롭힘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A씨는 현대자동차의 다른 대리점에 취업하려 했다가 “블랙리스트에 걸려 있어서 입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쿠팡이 물류센터에서 일한 노동자 1만6540명을 대상으로 ‘취업제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운용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다른 직장인들이 겪은 블랙리스트 피해 사례에도 관심이 모인다. 한국 직장문화 곳곳에 퍼져 있는 블랙리스트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취업방해(블랙리스트)와 관련된 다양한 피해 상담이 들어오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직장인 B씨는 임금체불 진정을 넣었다는 이유로 사장으로부터 “이 업종에서 일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사장은 실제로 B씨가 이직한 회사에 연락해 “B를 조심하라”고 했다. B씨는 직장갑질119에 “무섭고 두려워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밝혔다.
취업방해를 협박 수단으로 사용해 노동자가 불이익에 저항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도 잦았다. ‘업계가 좁다’는 말이 협박의 단골 소재다. 직장인 C씨는 팀장의 폭언과 업무 전가에 이직을 준비했더니 팀장으로부터 “업계 평판을 박살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직장인 D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면서 사직 의사를 밝혔더니 “업계도 좁은데 이직 후 평가가 좋겠느냐”는 등의 협박을 들어야 했다. 어린이집 교사 E씨는 갑작스러운 계약해지에 반발하니 “이 바닥 좁은 거 알지 않냐”는 등의 발언을 들었다.
근로기준법 제40조는 누군가의 취업을 방해하려고 비밀 기호나 문서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해선 안 된다고 정한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블랙리스트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다.
하지만 현실 곳곳에서는 이 같은 ‘취업방해’와 협박이 이뤄지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사업주가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거나, 서로 연락(통신)을 주고받았는지 알아내고 증거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보니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블랙리스트 작성·사용을 엄벌에 처하고 보호 대상 노동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는 “취업방해죄의 피해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뿐만 아니라 프리랜서, 특수고용 노동자 등 모든 일하는 노동자로 확대해야 한다”며 “취업 이전뿐만 아니라 취업 이후 취업의 지속을 방해하는 행위도 (법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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