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조롱’ 日의원, 조선인 추도비 철거 반대에 “조총련 관여” 궤변

우익 성향 日 의원 “철거 반대 운동은 조총련계 관여”
2016년엔 한복 차림 여성 조롱해 ‘인권 침해’ 지적도
성 소수자 혐오·비방, 위안부 강제 연행 부정도 논란

스기타 미오(杉田水脈) 일본 자민당 의원. 연합뉴스

스기타 미오(杉田水脈) 일본 자민당 의원이 군마(群馬)현의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철거 반대에 조총련계가 관여했다고 주장해 일각에서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8일 도쿄(東京)신문과 교도통신에 따르면 스기타 의원은 전날 일본의 인터넷 방송 ‘니코니코’에 게시된 동영상에서 시민들의 철거 반대 운동을 언급하며 "하고 있는 것은 조총련계"라고 발언했다. 이는 철거 반대가 불온한 움직임이라는 소문을 퍼뜨려 재일 코리안에 대한 증오와 편견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교도통신은 지적했다.

앞서 군마현 당국이 우익들의 주장에 동조해 지난달 현립 공원인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철거에 나서자 이를 전후로 현지 시민단체 등의 항의 운동이 확산했다. 현지 시민단체 관계자 등 150명은 철거 개시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현장에 모여 추도비에 헌화하고 반대 의사를 재차 밝혔다. 또 철거에 반대하는 예술가들은 일본의 유명한 팝아티스트인 나라 요시토모(奈良美智) 씨를 비롯한 4300명의 서명을 모아 군마현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군마현은 지난달 말 결국 추도비를 철거했다. 이와 관련해 스기타 의원은 지난 3일에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정말 잘됐다"며 "일본 내 위안부나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의 비 또는 동상도 이 뒤를 따랐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스기타 의원은 2016년 한복 차림 여성 등을 조롱하는 글을 SNS에 올린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법무 당국으로부터 ‘인권 침해’라고 지적받은 우익 성향 정치인이다. 극우단체로 꼽히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비방 발언으로 자질 논란에도 휩싸였고, 위안부 피해자 강제 연행을 부정하고 피해자 증언을 다룬 학술논문을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해 도마에 올랐다.

최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