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력부터 행사, 표현의 자유 침해한 것”…법학자들, 대통령실 경호 비판 한목소리

오동욱 기자

강성희 의원 이어 사태 반복

전문가들 “위법 요소 있어”

“경호 규정 구체화” 제언도

대통령실 경호처가 지난 16일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졸업생의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어 연행한 것과 관련해 법학 전문가들은 “위헌적이며 위법한 요소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후의 수단으로 쓰여야 할 물리력 행사가 최우선으로 사용됐다는 점, 경호요원들이 위해 요인이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를 막는 데 쓰였다는 지적들이었다.

이들은 앞서 강성희 진보당 의원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며 빚어진 사태가 반복된 데 대한 비판과 함께 차제에 대통령 경호와 관련한 법적 제도와 규정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놓았다.

헌법 전공 교수·학자들은 18일 카이스트 졸업식 현장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행위에 물리력부터 행사한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 가치를 침해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16일 “경호구역 내에서의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며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경호처의 조치에 대해 실정법 위반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카이스트 졸업생인 A씨와 강 의원이 경호처에 의해 연행된 것과 관련해 “폭력이나 위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항의의 목소리만 낸 것”이라며 “질서 유지라는 측면에서 행사에서 구호를 외친 것은 제지할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분명히 제지를 위한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발언자의 입을 막고 사지를 들어 끌어내기 전에, ‘발언을 자제해달라’는 취지의 구두 요청이나 경고 같은 행위가 아예 없었다는 것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대통령경호법)이 경호처의 활동을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제5조 3항)로 제한하는 등 보충성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보충성의 원칙이란 특정 수단 말고는 다른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만 그 수단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임 교수는 “발언과 피켓을 든 것이 행위의 전부인데, 이 점만으로는 공권력이 물리력을 행사할 만큼 큰 소요가 발생하거나 폭력 상황이 펼쳐지는 등의 명백한 위협으로 보기 힘들다”고 했다.

손지원 사단법인 오픈넷 공익변호사도 “A씨가 원거리에 있었고, 행사 방해가 중대하다고 볼 수 없다”며 “대통령에 대해 반대 표시를 했다는 이유로 끌려나간 것은 분명한 과잉 경호”라고 했다.

경호처의 경호행위 가운데 특히 ‘입을 막은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한 교수는 “경호원이 입부터 막았다는 것은 경호 목적이 말을 못하게 하는 데 있다는 것”이라며 “헌법이 정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호원이 카이스트에서 A씨의 입을 틀어막을 때 윤 대통령을 둘러싼 별도의 보호조치가 있었느냐”며 “위협요소로 판단했으면 대통령 신변부터 보호하는 게 순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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