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에 ‘숨은 세금’ 이렇게 많았어?”…처음으로 3조 넘어선다는데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2024. 2. 1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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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형 기자]
세금은 아니지만 전기요금과 연동돼 세금처럼 거두는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됐다.

최근 2년간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 여파 때문이다. 기금의 용처가 일관되지 않고, 정부의 쌈짓돈처럼 쓰이기 때문에 크게 늘어난 전력기금 부담률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국민 부담을 낮추기 위해 빠르면 다음달 전력기금을 포함한 부담금 개혁 방안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전력기금 징수 목표액으로 3조2028억원을 설정했다. 이는 지난해 징수 목표액 2조5894억원과 비교해 23% 늘어난 수치다. 전력기금이 연간 3조원을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전력기금은 전력 산업 기반 조성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명목으로 지난 2001년 도입된 부담금이다. 세금은 아니지만 전기요금의 일정 부분을 일률적으로 떼어가기 때문에 ‘준조세’로 불린다.

징수율은 6.5% 이내에서 시행령에 따라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2005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3.7%를 유지하고 있다. 월 10만원의 전기요금을 냈다면 이 중 3700원은 한국전력이 아닌 정부가 세금처럼 가져가는 셈이다.

전력기금 부과액은 2016년 처음 2조원을 넘어선 후 큰 변화를 보이지 않다가 2022년(2조4315억원) 12.9% 급증했다. 전력기금 규모가 커지면서 기금 내 여유분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전력기금 내 여유 자금은 머니마켓펀드(MMF) 등 현금성 자산을 포함해 671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의 5893억원보다도 822억원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전력기금이 뚜렷한 방향성 없이 정부 입장에 따라 달리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정부는 지난 2022년부터 전력기금에서 매년 약 1조3000억원을 전기차 보조금에 주로 쓰이는 계정인 에너지특별회계로 넘기고 있다. 또 매년 2000억원은 기후대응기금 지원에 사용하고 있다. 현행 국가재정법상 이 같은 회계 전출은 가능하지만, 재정운용상 각 회계에서 필요한 자금은 자체 조달하는게 원칙인 만큼 이 같은 사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전력기금의 주력 용처가 달라진다는 것도 문제다. 문재인 정부 때 편성된 2022년 전력기금 예산에서는 연간 사업비 2조6000억원 중 1조3000억원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 사업에 쓰였다. 반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재생에너지 분야 예산은 꾸준히 감소해 올해 6000억원대로 편성됐고, 원전 지원 예산은 지난해 89억원에서 1432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서는 전력기금 부담률를 낮추고 전력기금을 전력 인프라스트럭처 강화라는 본래의 기금 목적에 맞게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과다하게 누적된 전력기금 문제는 그동안 감사원이나 국회에서 여러차례 지적됐지만 이렇다 할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당초 전력기금 조성 취지를 고려해 전력기금 지출사업을 취약계층이나 피해지역 지원 등으로 좁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담금 요율을 적정수준으로 낮춰 국민 전체의 에너지 요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현재 18개 부처에서 운영하고 있는 25조원 규모의 법정 부담금의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담금 중 규모가 가장 큰 전력기금은 부담률을 2%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3.7%인 요율이 2.5%로 내려가면 올해 전력기금부담금 징수 규모는 1조1000억원 가량 감소한다.

올해 1조7500원 징수 예정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의 수입·판매부과금도 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석유수입부과감은 원유 수입시 ℓ당 16원을 부과하고 이렇게 마련한 재원은 에너지및자원사업특별회계 지출 재원이 된다. ℓ당 부과금을 낮추게 되면 원유도입 단가가 내려가고 결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 ℓ당 16원의 부과금 역시 2006년이후 18년째 제자리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담금은 조세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세금으로 전환해 관리하는 게 맞다”며 “앞으로 원칙적으로는 폐지하는 방향으로 부담금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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