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더비’ 형제애는 살아있다
토트넘과 울버햄프턴 맞대결
손흥민과 황희찬 선발 출전
대표팀 불화 이슈 후 첫 만남
경기 후 대기실서 포옹·대화
따뜻한 장면에 축구팬들 안도
아시안컵에서 보인 무기력한 경기력, 그리고 ‘탁구 게이트’로 인한 내분. 한국 축구가 혼돈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프턴)의 ‘코리안 더비’는 큰 관심을 모았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의 불화로 토트넘 복귀 후 “역대 가장 힘들었던 한 주”라고까지 표현했던 손흥민은 경기에서도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경기 후 황희찬과 훈훈한 장면을 보여 축구팬들은 안도했다.
토트넘은 18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5라운드 홈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이번 시즌 토트넘과의 두 차례 맞대결을 모두 승리한 울버햄프턴은 승점 35점으로 첼시와 같아졌으나 골득실에서 밀려 11위에 자리했다. 반면 승점을 챙기지 못한 토트넘은 승점 47점에 머물며 이날 풀럼에 2-1로 승리한 애스턴빌라(승점 49점)에 4위를 내주고 5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이날 경기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전방을 책임지는 손흥민과 황희찬의 맞대결에 많은 시선이 쏠렸다. 이달 막을 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에서 요르단에 0-2로 완패해 탈락한 뒤 곧장 소속팀으로 복귀한 이들은 이날 나란히 득점포를 노렸다. 특히 대표팀 주장인 손흥민은 요르단전 전날 이강인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고, 이로 인해 대표팀 내부적으로 팀워크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사실이 대중에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던 상황이라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관심을 끌었다. 역시 어수선한 대표팀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황희찬도 소속팀 복귀 후 첫 선발 출전에서 팀 공격을 이끄는 특명을 받고 나섰다.
둘은 경기 도중 서로 볼을 다투는 등 팀 승리를 위해 양보 없는 한판 대결을 펼쳤다. 비록 둘 모두 공격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팀이 승리한 황희찬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둘은 경기 후 그라운드에서 특별히 인사를 하는 듯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 이후 공개된 영상에서 두 사람이 포옹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후 황희찬이 선수대기실 복도 바닥에 주저앉았고, 의자에 앉은 손흥민과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눴다. 둘은 나란히 셀카를 찍는 것으로 경기 후 만남을 마무리했다.
그동안 유럽에서 많은 코리안 더비가 열렸지만, 경기 후 선수들 간 감정적인 다툼이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특히 2006년 4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토트넘의 맞대결에서 당시 토트넘 소속이던 이영표의 공을 뺏은 맨유의 박지성이 웨인 루니의 골을 어시스트한 뒤 이영표에게 다가가 미안한 듯 이영표의 허벅지 쪽으로 손을 내밀자 이영표가 슬며시 박지성의 손을 잡는 모습은 한국 축구사에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한국 축구 역사를 돌이켜 보면 세대 간 갈등은 도드라지진 않았어도 늘 있어왔다. 하지만 이게 감정 싸움으로 번져 선후배를 막론하고 주먹을 휘두르는 일까지 일어나진 않았다. 아시안컵 ‘탁구 게이트’ 후폭풍이 여전한 가운데 이날 손흥민과 황희찬의 경기 후 포옹은 그래서 더욱 돋보였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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