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인구 말고 사람을 말해야 바뀐다
내가 사는 면의 어린이집에 올해 새로 들어온 원생은 한 명이다. 어린이집 관계자인 이웃은 작년 내내 이 걱정을 했다. 어린이집이 폐원되면 곧 초등학교로 영향이 가고 결국 폐교가 되면 이어 거주민이 줄어들고 행정서비스와 의료서비스 기관들이 빠져나간다. 그러면 일상생활이 더 불편해지고 거주민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일어나 삶의 질이 악화된 여러 마을의 경우를 봤다고 했다. 이 마을이 얼마나 살기 좋은지 보여주면 다른 곳에서 이주를 해오지 않겠냐며 마을 홍보를 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큰 도움이 될 거 같지는 않다는 말이 이어졌다.
불과 50여년 전인 1970년대 한국 정부는 온갖 정책을 동원해 아이를 낳지 못하게 했다. ‘덮어놓고 낳다가는 거지꼴을 못 면한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정책 표어를 당시 사람 중 모르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10년마다 10억명씩 사람 수가 늘어 2086년에는 세계 인구가 104억명까지 되어서 지구수용한계를 넘는 ‘인구폭탄’이 될 거라는 경고가 1960년대에 서구에서 나온 후였다. 한국 정부는 농촌 곳곳으로까지 공무원을 보내 거의 겁박 수준으로 여성들에게 산아제한 피임시술을 받게 했다.
국가발 산아제한 역사는 유럽발로 시작되었다. 노예로 마음대로 부리며 착취하기 위해 식민지의 토착 거주민들을 인간 동료로 인정하지 않았던 유럽의 식민주의자들이 했던 일이다. 식민지배자인 ‘백인 주인 남성’의 결혼과 가족은 ‘보호’받았지만 아프리카 흑인의 가정은 언제든 필요에 따라 파괴될 수 있었고 노예 여성의 결혼이나 출산은 허용되지 않았다. 노예 노동력의 임신·출산·육아에 들이는 ‘비용’이 노예를 수입하는 비용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그러나 1780년 무렵, ‘지역에서 노예를 번식시키는 것’이 이득이 되자 노예 사이의 결혼이 장려된다. 당시 노예 여성들은 이 ‘고상한 신분의 짓거리’를 비웃고 한 남자와 원하는 기간만큼 살았다.
한편, 보호받는 가정에서 태어나지 못한 아이들이 모국에서 ‘퇴출’된 역사도 있다. ‘국제신생아시장’은 1980년대에 이미 수십억달러짜리 사업이었다. 뉴스타파 탐사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1985년 당시 1인당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2400달러 정도였는데 아동 1명당 입양 ‘수수료’는 3000~5000달러였다. 2024년 현재 대표적인 입양기관의 부동산 자산은 홀트아동복지회 1242억원, 동방사회복지회 814억원, 대한사회복지회 510억원, 한국사회봉사회 498억원이다. 해외엔 ‘아이들을 수출용으로 만들어내는 아기농장들’도 있고 ‘제3세계 여성’들이 대리모가 되는 일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인구’가 문제라는 말은 정확한 진단이 될 수 없다. ‘행성한계선’ 개념을 고안한 스톡홀롬 회복연구소에 따르면 지구는 이미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토지변화 등 여러 분야에서 위험수위를 한참 넘어섰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인구 4분의 1이 세계 에너지 75%를 사용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0%를 배출한다. 지속 가능한 삶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다른 말이 필요하다. 아이를 낳지 말고 친척을 만들자! 아이는 귀하고 소중하니 한 아이에게 세 부모를 만들어주자! 페미니스트 철학자 도나 해러웨이의 말이다. 이상한 말 같지만 곱씹어보면 매력적으로 들릴 것이다.
박이은실 여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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