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한국과 쿠바가 전격적으로 수교를 맺었다. 쿠바를 상징하는 단어가 많지만 음악팬이라면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부터 떠올릴 것이다. 레코딩 프로듀서 라이 쿠더가 녹음한 앨범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은 전 세계적으로 800만장이 팔렸고, 음악적으로 재조명됐다.
미군 사교클럽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에서 일하다 1959년 쿠바혁명 이후 뿔뿔이 흩어진 뮤지션들이 50여년 만에 다시 뭉친다. 콤파이 세군도, 루벤 곤살레스, 이브라힘 페레르, 오마라 포르투온도 등은 6일 만에 녹음한 이 한 장의 앨범으로 삶이 바뀐다. 1999년 빔 벤더스의 다큐로도 만들어지면서 미국 카네기홀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공연(사진)을 했고, 한국에도 여러 차례 내한하여 팬들을 열광케 했다.
생계를 위해 이발사와 구두닦이를 마다하지 않았던 이들이 살려낸 아프로큐반 재즈는 음악적 자유로움과 삶의 처연함을 담은 노래들로 가득하다. 콤파이 세군도가 만든 ‘찬찬’을 듣다보면 당장이라도 하바나의 해변에 가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싶어진다.
‘슬프고 고통스러운 내 영혼은/ 꽃들 앞에서 그 쓰라린 고통을 숨기려 해/ 삶이 내게 준 그 고통을/ 꽃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만약 내 아픔을 알게 된다면 함께 울 테니까.’
이브라힘 페레르와 오마라 포르투온도가 주고받는 노래 ‘침묵(Silencio)’은 생의 비밀을 가르쳐주는 듯한 노랫말과 두 사람의 화음이 어우러져 슬픔에 빠지게 한다. ‘쿠바의 냇킹콜’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브라힘 페레르의 보컬이 심금을 울린다. 현재 원년 멤버 중에서 90세를 넘긴 오마라 포르투온도가 유일하게 생존해 있다.
지금은 하바나의 거리에서 젊은이들이 K팝 커버댄스대회를 갖는 시대가 됐다. 쿠바와의 수교가 또 다른 문화적 교류의 시작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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