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옹호자’ 환영 못 해” 이준석 비토에…배복주 “탈당 안 한다”
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이 출범 일주일 만에 거센 내분에 휩싸였다. 내홍의 중심에는 이준석 대표의 ‘배복주 불가론’이 있다. 3살 무렵 소아마비를 겪은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는 장애여성인권운동 단체 ‘장애여성공감’을 10년간 이끈 인권운동가이자,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과 정의당 부대표 등을 지낸 정치인이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 대응에 참여했고, 정의당 입당 뒤에는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건 해결을 주도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는 그의 남편이다.
배 전 부대표가 지난 10일 곧 개혁신당과 합쳐질 ‘새로운 미래’에 입당한 사실이 알려진 뒤, 이준석 대표의 행보는 발 빨랐다.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장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전장연의 불법적인 출근길 지하철 운행저지 시위를 옹호해온 배 전 부대표는 개혁신당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일원으로 환영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라며 공개적으로 ‘불가’ 의사를 표명했다. 또 “법적 대표인 제 권한 내에서 공직후보자 추천이나 당직 임명 등의 가능성은 없다”고도 단언했다.
이준석 대표가 지하철 시위를 두고 전장연과 대립하던 지난 2022년 2월, 배 전 부대표는 이 대표를 향해 “부디 차별의 구조에 놓인 시민의 삶에 공감하고 협의하고 조정해 나가는 정치를 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의 공개적인 ‘비토’에 직면한 배복주 전 부대표는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탈당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제3지대는 양당 정치를 타파해 다양성을 존중하고 시민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를 한다고 입당”했다고 강조하며, 자신조차 수용하지 못하는 제3지대 정치에 의미가 있을지 거듭 되물었다.
배 전 부대표는 전장연 시위 방식에 대한 시각도 전장연과 같지 않다며, 한 명의 정치인인 자신과 배우자 박경석 공동대표를 ‘한 묶음’으로 보는 시각도 비판했다. 배 전 부대표는 “이 대표와 전장연의 시위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며 “이 대표처럼 시민을 볼모로 하는 비문명적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장애인들이 많이 다치고 잡혀가니까 다른 방식의 시위를 고민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 전 부대표는 “제 배우자 때문에 안 된다고, 가족관계가 공천 배제 사유가 된다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제3지대 정치가 왜 필요한지 근본적인 질문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이준석 대표가 왜 본인의 입당에 강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하나.
“저보다 훨씬 오래 정치를 하셨고, 여당 대표도 하신 분이 그러는 게 잘 납득이 안 됐다. 이해하려고 오랜 시간 노력했다. 제가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의 배우자라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저의 사적 관계를 가지고 ‘너는 안된다’라고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제가 어떻게 말을 해야 될지 당황스러웠다. 전장연의 시위 방법에 대해 이 대표는 저랑 한 번도 이야기를 안 해봤다. 그분이 제 입장을 아는지 모르겠다.”
―전장연 시위 방식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저는 이준석 대표처럼 (전장연 시위가) 시민을 볼모로 한 비문명적 시위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제가 우려하는 것은 전장연 시위 방식으로는 (시위 참가자들이) 많이 다친다는 것이다. 전장연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참가) 장애인들이 많이 잡혀가고 다치니까, 다른 방식의 시위 방식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사자들이 지속적으로 잡혀가고 다치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게 정치인으로서 제 견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비난하거나 방관만 할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열어놓고 논의해야 한다. 제3지대 정치는 타협하고 조정해서 결과를 내려고 하는 것인데,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니까 폭력적이라고 한 것이다.”
―이준석 대표 쪽 지지자들이 개혁신당 합당 선언 뒤 거세게 이탈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 쪽은 배 전 부대표의 입당이 이런 상황에 기름을 붓는다고 보는 것 같다.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본인의 지지세력이 이탈하는 것에 굉장히 힘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쨌든 (이 대표는)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끌려고 하는 정치적 리더지 않나. 이준석 대표가 제3지대에 온 이상 지지층을 설득해내는 게 그분의 정치적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팬덤정치, 거대 양당정치의 잘못은 자기 지지층을 핑계로 해서 다른 사람들을 내치는 방식 아니었나? 지지층 이탈이라는 뼈아픈 과정을 겪는 것은 공감이 가는데, 정말 정치적 리더로서 이 문제를 잘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3지대는 진영논리를 넘어서는 공간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입당할 것이다. 저뿐 아니라, 이런 상황이 있을 때마다 ’넌 원하지 않으니까 당신은 나가세요’라고 말하실 것인지 궁금하다.”
―이준석 대표가 공공연하게 입당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상황에서, 개혁신당에서 정치적으로 활약한 공간이 있을까.
“제3지대 지도자들이 지금까지 말한 말들이 있다. 제3지대는 정치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말들이다. 그 원칙에 맞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것이다. 향후에 조금 더 지켜볼 생각이다. 이준석 대표뿐 아니라 제3지대를 만든 4개 세력이 모여있지 않나. 제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데 무슨 시민의 문제를 해결하겠나. 저도 정치하는 사람인데, 정치를 그만두거나 탈당을 하려는 생각은 지금 없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서 미래에 대해 모색을 해나갈 생각이다. 이 행보를 멈출 생각은 없다.”
―비례대표로 출마하는가.
“(비례대표로) 출마를 한다, 안 한다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그것 때문에 입당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제3지대가 양당 정치를 타파하기 위해 모인 세력이라고, 다양성을 존중하고 시민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를 한다고 한 것이 저와 맞아서 입당한 것이다. (비례대표에) 도전할지 말지 자체를 아직 결정한 바 없다. 그런데 비례대표가 되려고 악의적으로 입당했다는 말 자체가 저를 굉장히 무시하는 발언이다. 제가 정의당에서 부대표로서 정치를 한 사람인데, 제 선택지를 비례대표만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된 프레임으로 생각한다.”
―19일 최고위원회에서 본인과 관련된 내용이 논의될 것 같은데, 비례대표·당직 배제로 의견이 모이거나 당원 자격심사를 받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의 입장이 합리적이고 납득이 가능하다면 저도 생각해보겠다. 하지만 정말 제 배우자 때문에 안 된다고, 가족관계가 공천 배제 사유가 된다고 하면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제3지대 정치가 왜 필요한지 근본적인 질문이 나오게 될 것이다. 저의 납득이 아니라, 당원 전체의, 국민들의 납득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저 하나를 배제하기 위한 (그런) 행위를 한다면 이해를 구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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