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나발니 시신… “푸틴, 살해 후 흔적 숨겨” 암살설 확산

이지안 2024. 2. 18. 18:5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이었던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47)가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의문사한 뒤 암살설에 무게가 실리며 푸틴 대통령을 향한 국내외의 비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타임스는 나발니의 사망이 발표되기 이틀 전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 당국자들이 나발니가 수감돼 있던 교도소를 방문해 폐쇄회로(CC)TV와 도청장치의 연결을 끊었다는 현지 인권단체의 주장을 보도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푸틴 정적’ 옥중 의문사 후폭풍
당국, 시신 인도 않고 ‘돌연사’ 통보
인권단체, 나발니 사망 발표 이틀 전
보안국 당국자 교도소 방문 주장
사망 소식 후 러 전역 추모 움직임
러, 추모 시민 구금 등 통제나서
바이든 등 국제사회도 비난 목소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이었던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47)가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의문사한 뒤 암살설에 무게가 실리며 푸틴 대통령을 향한 국내외의 비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타임스는 나발니의 사망이 발표되기 이틀 전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 당국자들이 나발니가 수감돼 있던 교도소를 방문해 폐쇄회로(CC)TV와 도청장치의 연결을 끊었다는 현지 인권단체의 주장을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던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 AFP연합뉴스
교정당국 보고서를 입수한 해당 단체는 나발니의 공식 사망 시간 이후 2분 만에 당국이 사망 사실을 발표했고, 7분 후에는 크레믈궁 대변인이 나발니의 소식을 언급했다며 “모든 것이 사전에 계획되고 조율됐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나발니의 시신은 행방불명이다. 나발니의 모친은 이날 그가 사망한 교도소 인근 마을을 찾았으나, 영안실에는 시신이 없었으며 교정당국은 사인 재조사가 끝난 후에 시신을 인도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친이 당국으로부터 통보받은 나발니의 사인은 ‘돌연사 증후군’이다. 러시아 국영방송은 초기 보도에서 나발니의 사인을 혈전이라고 밝혔다. 나발니의 동료들은 “푸틴이 살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시신을 유족에게 즉각 인도하라”고 요구했다.

러시아 내 추모 열기는 심상찮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현지 인권단체 ‘OVD-Info’를 인용해 나발니 추모행사에 참여한 시민 최소 400여명이 구금됐다고 전했다. 러시아에서 이 정도 규모의 집단행동은 흔치 않은 일이다. 러시아 당국은 민심 동요를 막으려 애쓰고 있다. 모스크바 검찰은 도심 대규모 집회의 불법성을 경고하고 나섰고, 러시아 국영방송은 나발니의 사망 소식을 30초 단신으로 처리하는 데 그쳤다.
국제사회의 성토 역시 거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나발니의 죽음이 푸틴과 그의 깡패들이 한 어떠한 행동에 따른 결과라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다음달 대통령 선거에서 5선이 유력한 푸틴 대통령의 대선 가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독립언론은 크레믈궁과 집권여당 관계자들이 이번 사태를 푸틴 대통령에게 ‘아주 부정적인 상황’으로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가 숨진 지난 16일 서부 도시 첼랴빈스크의 한 기계공장을 찾아 노동자들과 학생들 앞에서 “앞으로! 성공! 새 국경으로!”라고 말하며 미소를 띤 채 연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조되는 추모 열기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민들이 같은 날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교도소에서 옥중 사망한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를 추모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연합뉴스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국영기업·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면서 권위주의 정권에 대항하는 대표 반(反)푸틴 정치인으로 명망을 얻었다. 그는 2020년 8월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생사의 고비를 넘겼는데, 당시에도 암살설이 제기됐다.

나발니는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2021년 고국에 돌아왔으나 귀국길 공항에서 바로 체포됐다. 이어 법정모독·선동 혐의 등으로 30년이 넘는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나발니는 지난해 12월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 교도소로 이감된 후 약 두 달 만에 돌연 의문사했다. 러시아 교정당국은 지난 16일 오전 산책 후 컨디션 난조를 호소한 나발니가 바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소생술을 시도했으나 결국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지안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