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수술예약 병원에서 연기했어요”…집단사직 도미노, 여론은 싸늘

심희진 기자(edge@mk.co.kr),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2024. 2. 1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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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한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한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서 의료진 등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2.18 [이충우 기자]
서울 ‘빅5’ 병원 소속 전공의들이 오늘 19일 집단사직을 예고한 가운데 다른 수련병원의 전공의들의 사직도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대란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보건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6시 기준 전공의 상위 100개 수련병원 중 23개 병원에서 전공의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은 19일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빅5 병원을 비롯해 주요 수련 병원들이 이날 집단 사직서 제출을 결의한 상태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의료 대란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다음주에 수술실 운영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고 서울성모병원도 환자들에게 입원과 수술 연기 통보를 할 예정이다.

서울삼성병원의 경우 의료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시나리오별로 대응책을 마련했다. 우선 다음주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이 예정된 일부 환자들에게 연락해 입원 연기를 통보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보통 하루 200건의 수술이 이루어지는데 중증도와 긴급성 등을 판단해 현재로서는 10% 정도의 수술을 연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따라 복귀했다는 얘기를 두고서도 복지부와 전공의들은 입장이 갈리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16일까지 전공의가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제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수련병원 12곳에 대해 현장 조사하고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결과, 사직서를 낸 전공의 103명 중 100명이 진료 현장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공의들은 “사실이 아니다”고 맞서고 있다. 한 수련병원 전공의는 “일부 복귀를 했거나 복귀를 약속한 전공의가 있을지 몰라도 대다수는 병원에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맞섰다.

보건복지부는 오늘 20일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나더라도 이들 중 상당수는 업무개시명령에 따라 병원으로 복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 = 연합뉴스]
보건복지부는 업무개시 명령 후 복귀했다가 다시 근무하지 않는 행태를 막기 위햐 전공의들의 근무상황을 매일 보고하라는 명령을 수련병원에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최근 주요 수련병원에 전공의들의 사직, 연가, 근무 이탈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매일 1회씩 자료를 제출해 줄 것을 요구하는 명령을 공문으로 내렸다.

공문에는 “수련병원은 환자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공의 복무 관리·감독에 만전을 기해 주기 바란다”며 “수련 상황 감독을 위해 해당 병원은 2월 16일부터 별도 안내 시까지 관련 자료를 작성해 중앙사고수습본부 비상대응반 및 수령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으로 제출하기 바란다”고 적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자에 대해 엄정 처벌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실제 집단행동 참여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잇다. 복지부 관계자는 “집단 행동에 돌입하고 실제로 의료 대란이 발생하면 국민 여론은 더 싸늘하게 돌아설 것”이라며 “의료계가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때나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위기 때 의대 증원 반대 투쟁 때와 같은 투쟁 동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계 내부에서는 의사들의 집단행동 예고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18일 “프랑스 등 각국의 의사 파업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지만 ‘의사 증원’이 파업의 이유인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일본 같은 나라는 의사협회가 의대 증원에 오히려 찬성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있었던 의대 증원 시도에서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정부가 굴복했던 사례를 남긴 것은 잘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독일, 영국, 프랑스 등도 의대 정원을 늘리고 있다. 토마스 슈테펜 독일 연방보건부 차관은 지난해 한국을 찾아 “독일의 의대 정원 또한 충분치 않아 연내 5000명 이상을 증원하려고 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독일에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사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반 국민들의 여론은 더 싸늘하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대상 여론조사 결과 의대증원에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응답이 76%로 집계됐다.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16%, ‘모른다·응답 거절’은 9%였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지난 2020년 의대 증원 확대 반대 투쟁 때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이 미온적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이런 상황에서 집단행동에 나서면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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