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도 무기도 모두 밀린다…"우크라군 가장 위태로운 상황"
러, 970㎞ 이르는 전선서 최근 몇주간 공세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거의 2년 동안 싸운 우크라이나군이 중대 기로에 섰다.
우크라이나가 작년 6월 시작한 이른바 '대반격'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교착 국면에 빠졌던 전황이 최근 격전지를 장악한 러시아에 유리한 모양새다.
우크라이나군은 17일(현지시간) 동부 도네츠크주(州)의 한복판에 있는 아우디이우카에서 철수한다고 밝혔고 러시아는 이날 아우디이우카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선언했다.
아우디이우카는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모두 화력을 쏟아부은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과거 3만명이 거주했던 아우디이우카는 도네츠크의 러시아 통제 지역과 가까운 탓에 개전 초기부터 교전이 잦았다.
러시아군은 지난 수개월간 아우디이우카를 공격했고 최근 이 지역을 3개 방면에서 에워싸면서 대대적인 공세를 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7일 아우디이우카가 러시아군 수중에 넘어간 사실을 전하며 "러시아군이 작년 5월 이후 거둔 첫 주요 전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러시아는 병력과 무기의 우위를 앞세워 그 도시를 공중 폭격과 지상 공격으로 타격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작년 5월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를 10개월에 걸친 집요한 공격 끝에 점령했는 데 아우디이우카 장악은 그때 이후 9개월 만에 러시아군에 최대 전과라는 얘기다.
당시 바흐무트 전투를 주도한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바흐무트에서만 우크라이나군 5만명과 바그너 대원 2만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기세가 오른 러시아군은 아우디이우카뿐 아니라 전선 곳곳에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러시아군은 최근 몇주간 600마일(약 970㎞)에 달하는 거의 모든 전선에서 공격을 압박해왔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전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기사에서는 "아마도 우크라이나군이 전쟁 초기 몇달 이후 가장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이 크레미나, 바흐무트, 아우디이우카, 마린카, 로보티네 등 우크라이나 서부와 남부의 5개 주요 전선에서 우크라이나의 방어선을 뚫으려고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아우디이우카 함락은 러시아군이 다른 전선에서도 승기를 잡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국립전략연구소의 미콜라 비엘리에스코프 연구원은 아우디이우카는 우크라이나군의 병참 중심지 포크로우스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아우디이우카는 우크라이나 국방 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한 거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우디이우카 통제는 러시아에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포크로우스크는 아우디이우카에서 북서쪽으로 약 30마일(48㎞) 떨어진 곳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아우디이우카에 이어 다른 전선에서도 밀릴 경우 사기가 크게 떨어질 공산이 크다.
NYT는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아우디이우카 철수 당시 혼란과 절망을 개인적 인터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털어놨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제110여단의 빅터 빌리악은 철군하면서 무기와 장비를 옮기고 서류를 태우거나 지뢰를 매설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 공격으로 아우디이우카에서 대피할 때 중상자를 이송할 차량도 오지 않았다며 "아우디이우카로 가는 길에 우리(우크라이나군) 시신들이 널려 있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이처럼 수세에 몰린 데는 탄약 등 무기 부족의 문제가 크다.
우크라이나 동남부 타우리아 작전전략군의 사령관인 올렉산드르 타르나우스키 준장은 아우디이우카에서 철군한 사실을 밝히며 "적들이 포탄에서 10대 1의 우위에 있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장거리 무기와 포탄 부족으로 러시아군 격퇴가 지체되고 있다며 서방의 지원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에 탄약 지원을 호소하지만 미국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위한 예산안 통과가 미뤄지고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군은 전투병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쟁 2년을 거치면서 병사들을 모집하고 동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CNN도 전쟁 초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상대적으로 높은 숙련병 비율을 앞세워 러시아군을 농락했지만 이중 상당수가 전사하거나 부상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보도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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