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B] 암 걸리자 "이거는, 기도를 해야 해"…'꿈의 아녜스' 또 다른 만행

안지현 기자 2024. 2. 1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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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뉴스B 시간입니다. 얼마 전 저희 JTBC는 천주교에서 파면된 신부에게 10여 년 간 가스라이팅을 당하다 지난해 목숨을 잃은 한 여성 기업인의 사건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방송 직후 비슷하게 목숨을 잃은 또 다른 신자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안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30대 여성이 고 김애선 씨의 유골이 묻힌 묘소를 찾았습니다.

김애선 씨와 함께 일했던 여성인데, 뒤늦게 소식을 듣고 조문을 온 겁니다.

[류모 씨/고 김애선 씨 거래처 직원 : (고 김애선 씨는) 저희 바이어였어요. 살면서 '진짜 너무 멋지다'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잖아요. 저는 부사장님 가방이나 노트북 이런 것도 따라 살 만큼 되게 존경했던 분이었거든요.]

국내에선 한세 실업의 최초 여성 임원. 미국에선 의류 업체, 제이크루(J.CREW)의 수석 부사장이었던 김애선 씨는 업계에선 동경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류모 씨/고 김애선 씨 거래처 직원 : 뉴욕에 가면 일종의 홀대 같은 걸 받는데 미국인 디자이너들이 다들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고 있을 때 부사장님이 오셔서 '멀리서 왔는데 손님들을 그렇게 맞이하는 거 아니다…' 영어가 많이 유창하시고… 한국인 중에서 가장 멋진 리더라고 생각했어요. 더 멋진 사람을 뵌 적이 없어요, 아직.]

그랬던 김애선 씨가, 일거수 일투족을 허락받기 위해 김 전 신부측과 주고 받았던 메일은 그래서 더 믿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류모 씨/고 김애선 씨 거래처 직원 : (방송)화면을 정지해가면서 이메일을 자세히 읽었는데 부사장님 특유의 깔끔한 형식의 이메일이 있는 그게 그대로 묻어나오는… 너무나도 말도 안 되는 내용들이 적혀있는 거예요. 한국에 오셨을 때 미팅 때 사랑니를 제거하러 오셨다고… 그것 또한 그 사람들의 허락을 받고 하셨던 행동이라는 게 보고도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어요.]

김애선 씨가 죽기 7년 전 김 전 신부 측 사회복지법인 임원의 가족회사에 1억 4천만 원을 투자한 정황도 새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김애선 씨가 김 전 신부 측과 주고받은 메일에는 '성모님이 해당 회사 주식 3만 주를 사는 것을 허락한다'고 돼 있습니다.

[고 김애선 씨 아들 : 어머니가 2015년에 (한세실업을) 퇴사하시고 2016년에 스톡 옵션을 받게 되셨어요. 주식을 넘긴다는 명분 하에 1억4천만원을 가져간 것 같고요. 2017년부터 배당을 빼잖아요. 배당금 같은 게 들어온 계좌 기록이 전혀 없어요.]

김애선 씨에게 김 전 신부측 인사를 '계좌 대리인'으로 지정한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김형준/변호사 : 비상장 주식 가치 평가가 되게 어려운 부분이에요. 이 회사의 실질적인 상황을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요. 주식 액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가 있으니까.]

JTBC 보도 이후 추가 제보도 들어오고 있습니다.

김 전 신부와 그의 어머니가 주축이었던 기도공동체 신자 가운데, 김애선 씨처럼 암에 걸렸지만 치료를 거부해 숨진 여성이 또 있었다는 겁니다.

천주교 신자였던 이 여성은 지난 1991년부터 기도공동체 생활을 시작했고 2007년쯤 대장암이 발병했습니다.

[A씨/전 신자 (2009~2013년 기도 공동체 생활) : 그분이 이제 대장이 안 좋으셨어요. 굉장히 안 좋았는데 병원을 가서 치료를 좀 받았으면 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내부에서는 '이거는 기도를 열심히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해서…]

이번에도 김 전 신부의 양 어머니인 김 아녜스를 비롯한 이들은 치료가 아닌 기도를 권했습니다.

[A씨/전 신자 (2009~2013년 기도 공동체 생활) : (숨진) 조수산나라는 아주머니가 대장이 안 좋으셔서 많이 힘들어할 때 꼬마 예수님이 이렇게 하면 장을 낫게 해 주실 수 있으니깐… 아줌마에게 '누워봐라, 자매들 다 모여라, 이렇게 기도해야 된다'며 어린 아이들이 할 법한 행동을 시키기도…]

특히 사망 3개월 전에는 '딸과 함께 로마를 가야 살 수 있다'고 하면서 배변도 스스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로마에 가게 했다는 증언도 새롭게 나왔습니다.

이 여성 역시 죽기 전에야 떨어져 지내던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A씨/전 신자 (2009~2013년 기도 공동체 생활) : 가족하고 단절하고 살다가 이제 아프니깐 연락을 한 거죠. 그래서 (가족들이) 이제 모셔간 거죠.]

이후 암이 다른 곳으로 퍼져 암 진단 3년도 안 돼 지난 2010년 7월 목숨을 거뒀습니다.

기도공동체 내에 속한 아이들에게 학교를 못 가게 한 것도 처음이 아니라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B씨/전 신자 (1990년대 기도공동체 생활 / 음성대역) : 고등학교 다니던 언니가 공부를 굉장히 잘했어요. 전교 1등. 성심여고를 다녔는데 언니가 성모마리아 상을 항상 들고 다녔어요. 너무 창피했던 거예요. 왜냐하면 학교 친구들이 보니깐. 그 다음 날부터 그 언니를 학교를 못 다니게 했어요. 자퇴했어요.]

김 전 신부 측은 이에 대해 "본인 스스로 학업을 포기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앞서 숨진 신자는 알고 있지만 사망 과정에 대해 알지 못하고, 고 김애선 씨가 재단 임원의 가족 회사에 투자한 건 맞지만, 정상적인 기업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 용산경찰서는 김 전 신부 측이 대표로 있는 사회복지법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김관후 허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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