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따뜻한 아이스커피' 주문 받은 금융권
국민들의 통장에 현금이 직접적으로 들어온 것은 과거 정부에서도 있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해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자 기름값 인상분의 절반을 국가가 부담한다는 명목으로 최대 24만원의 '유가 환급금'을 은행 계좌에 입금해 줬다. 대상자는 1400만명이 넘고, 유가 환급금 규모는 2조7000억원에 달했다. 당시 기름값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서일까. 정유사들은 365일 정부의 가격인하 요구를 받았다. 지난 2011년에는 정유사들이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100일간 L당 100원씩 기름값을 할인해 주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수시로 국민들 통장에 돈이 들어왔다. 지난 2020년 전 국민에게 최대 100만원(4인가구)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준 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줬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재난지원금으로 모처럼 소고기 국거리를 사고 아내에게 안경을 사줬다는 보도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 말이 화제가 됐다. 이후 코로나19로 직접적 피해를 입었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는 약 60조원에 달하는 재난지원금이 지원됐다.
이처럼 통장에 생각지도 못한 돈이 들어온다면 정부를 향하던 원망은 잠시 잊게 된다. 선거를 앞두고 있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문제는 과거에는 정부 세금으로 국민들 통장에 돈을 꽂아줬다면 현 정부에선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생색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현금을 직접 뿌린다는 것은 포퓰리즘일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행위다. 이런 비난에 정부가 인허가권을 가진 기업의 팔을 비틀어 직간접적으로 현금 배포를 요구하는 것은 정부가 '삼류'라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지속된 금융권에 대한 요구는 시간이 갈수록 그 강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이 내놓는 상생금융 지원금액 규모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정부 초기 수백억, 수천억원 규모였다면 이제는 수조원 규모가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반면 금융권은 제대로 입장 표명도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대통령의 '은행 공공재' 발언 이후 4대 시중은행은 대출금리 인하 등 8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쏟아냈다. 지난해 하반기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발언이 나오자 은행권은 2조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올 상반기에는 정부가 제시한 총 76조원에 달하는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에서 5대 은행이 우대금리 제공과 자금출연 등의 방식으로 약 20조원을 책임지게 됐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소각 등을 통해 금융권이 주주환원 확대에 보다 적극 동참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금융권은 상생금융에 적극 동참하면서도 금융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추가 충당금을 쌓는 것은 물론 주주환원에도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주문에 '따뜻한 아이스커피'를 만들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표를 가진 유권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하지만 정작 세금을 내는 기업에는 가혹할 만큼 몰아붙이는 현 상황은 앞으로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 기업도 투표권을 가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courag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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