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실리콘밸리] 챗GPT의 시대 ‘AI 칩’이 날아오른다
박원익 | 더밀크 뉴욕플래닛장
“2012년 이후 대규모 에이아이(AI·인공지능) 학습에 사용되는 계산량(the amount of compute)은 3~4개월마다 두배로 늘고 있다.”
에이아이 챗봇 ‘챗지피티’를 개발한 오픈에이아이가 2018년 발표한 내용이다. 오픈에이아이 지피티-4, 구글 제미나이 같은 에이아이 모델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양의 계산이 필요하며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었다.
이는 약 2년마다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두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과 견줘도 훨씬 가파른 증가다. 오픈에이아이에 따르면 실제로 2012년 앨릭스넷(이미지 인식 에이아이)에서 2018년 알파고 제로(바둑 에이아이)에 이르기까지 계산량은 30만배로 폭증했다. 2020년 등장한 대규모언어모델(LLM) 지피티-3의 놀라운 성능 그리고 이어진 빅테크의 에이아이 개발 경쟁 가속으로 계산량은 계속 늘었다.
흥미로운 건 이 흐름이 에이아이 반도체 성능 개선 및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산업 및 시장에도 그 결과가 반영되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 증시 시가총액 3위 기업에 등극한 엔비디아가 대표적이다. 엔비디아는 2월13일(현지시각) 아마존 시가총액을 추월했으며 14일에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넘었다. 엔비디아가 만드는 최첨단 에이아이 반도체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주가를 견인했다는 게 투자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시이오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에이아이 칩셋 ‘H100’을 올해 34만개 이상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H100 가격은 2만5천~4만달러 수준으로 메타가 투입하는 자금만 최소 90억달러(약 12조원)에 이른다.시장조사업체 옴디아 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연간 기준으로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각각 약 15만개의 H100을, 구글과 아마존, 오러클, 텐센트가 각각 5만개의 H100을 구매했다.
투자 데이터 업체 팩트셋은 이런 높은 수요에 힘입어 엔비디아의 2024년 매출이 약 60% 늘 것으로 예상했다. 주당순이익(EPS)은 연평균 150% 급증할 전망이다. 지난 12개월 엔비디아의 주가는 246%, 올해만 46% 급등했다. 15일에는 엔비디아가 투자했다는 이유로 반도체 장비업체 나노엑스 주가가 49.37% 올랐다.
미국 산업계, 투자업계는 이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에이아이 시이오는 ‘에이아이 반도체 프로젝트’를 추진해 중동 국부펀드 등과 대규모 투자금 모집을 논의 중이다. 그는 인간만큼, 혹은 인간보다 더 똑똑한 시스템인 에이지아이(AGI·범용인공지능)를 개발하려면 뛰어난 에이아이 칩 제조 능력이 필수라고 주장해왔다. 자산운용사 아크 인베스트는 최근 낸 ‘빅 아이디어스 2024’ 리포트에서 2030년 에이아이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전체 글로벌 시가총액의 40%에 육박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에이아이 산업 시가총액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관련 기업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의도다.
미국 정보기술 연구·자문사 가트너는 2027년 세계 에이아이 칩 매출이 1194억달러로 늘어, 2023년의 두배에 이를 것으로 봤다. 탄탄한 제조업 인프라, 우수한 인력을 갖춘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은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에이아이 반도체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에이치비엠(HBM·고대역폭메모리) 분야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한 에스케이하이닉스, 네이버와 협업해 주문형반도체(ASIC) 형태의 에이아이 반도체를 개발 중인 삼성전자, 에이아이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 퓨리오사에이아이, 사피온 외에도 더 많은 기업이 나와야 한다. 새로운 기술, 창의적 접근 방식으로 이 분야에서 혁신을 만들어낸다면 에이아이 반도체가 한국의 새 먹거리, 국가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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