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 실력 미국 대비 47%...“GPU·인재 확보 절실” [AI 프런티어]
매일경제, AI 기업 종사자 105명 설문
“AI 전면도입시 생산성 72.9% 높아져”
“공격적 자본 투자와 연구 개발 필요”
미·중 틈바구니에서 3위라도 달성해야
하지만 한국의 AI 기술은 미국의 47%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트리플5’(국민소득 5만달러·G5 국가·인구 5000만명)를 달성하기 위해선 AI에 대한 대대적인 육성 정책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18일 매일경제가 59개 인공지능 기업·교육기관 105명을 상대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한국의 AI 기술 수준에 대해 미국을 10점 만점으로 놓고 보았을 때 평균 4.7점이라고 자평했다. 이는 영국 토터스 인텔리전스가 한국의 AI 수준을 미국(100점), 중국(61.5점), 싱가포르(49.7점)에 이어 40.3점으로 본 것과 비슷한 평가다.
조원규 스켈터랩스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생존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고방식과 전략을 바꿔야한다”면서 “단기적인 수익 창출에 집중하는 대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격적인 자본 투자와 연구 개발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AI 기술총괄은 “한국은 기술 변혁 시기에 선도 국가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면서 “한국적 상황을 이제 객관적으로 조망할 때”라고 말했다. 또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 역시 “이제는 AI를 국가 경쟁력 강화 관점에서 보고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AI 육성에 큰 장애를 겪고 있는 까닭은 AI를 학습·추론할 수 있는 인프라와, 관련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발자는 “기초적인 AI 연구에도 서버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면서 “하지만 엔비디아 독점으로 이루어진 AI 학습 서버는 상당한 고가로 어지간한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AI 학습에 필요한 엔비디아 H100은 개당 5000만원에 육박하지만, 주문에서 배송까지 10개월에서 12개월이 걸릴 정도다. 이재훈 삼성SDS 시니어엔지니어 역시 “다수의 고품질 학습 데이터와 고성능 GPU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인재 부족이다. 장계봉 HD현대사이트솔루션 책임연구원은 “우수 인재들이 우선 확보 돼야한다”면서 “특정 기업 몇 곳 정도만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기술 성장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은 막강한 자본력과 시장 규모를 앞세운 미국과 중국이 단연 선두다. 전 세계 출시된 대규모언어모델(LLM) 320개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각각 50%·4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 투자업체 CLSA는 평가할 정도다. 초점은 3위에 모이고 있다. 현재 한국과 영국, 캐나다, 이스라엘 등이 미국과 중국을 뒤쫓고 있는 형국이다. AI 산업은 초기 시장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중위권에 속한 국가들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는 평가다.
10년 뒤 AI 패권을 거머쥘 국가로 미국(34.34%)과 중국(30.98%)에 이어 한국(15.15%)이 꼽혔다. 그 뒤로 이스라엘(5.72%)과 영국(4.38%), 캐나다(4.04%) 등이 꼽혔으며 싱가포르(1.35%), 독일(1.35%), 인도(1.01%) 등이 하위권을 형성했다.
오늘날 AI는 미·중 양강 체제다. 전 세계 3대 AI 지수로 꼽히는 ‘스탠퍼드 AI 지수’와 ‘글로벌 AI 지수’, ‘옥스퍼드 인사이트 AI 지수’ 등을 종합하면 미국이 압도적인 투자와 성과로 AI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거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이를 바짝 뒤쫓고 있다. 1위 미국, 2위 중국이라는 공식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이어 한국과 캐나다, 영국, 이스라엘, 캐나다, 싱가포르, 인도 등 국가들이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 기술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중위 그룹 국가 점수는 30~40점 대에 촘촘하게 형성돼 있다. 시장과 투자 규모에 있어서 미국과 중국을 따라잡기 쉽지 않은 만큼, 중위권 국가들은 자국 언어를 중심으로 한 초거대 AI 개발, 정부의 투자 등을 기반으로 미국과 중국이 양분하는 AI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네이버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대규모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상용화했고, LG AI 연구원이 3000억 파라미터를 가진 ‘엑사원 2.0’을 내놓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다만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한국의 AI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을 묻는 말에, 응답자 절반에 가까운 44%가 ‘AI 예산 증액과 R&D 지원’을 꼽았을 정도다.
조원규 스켈터랩스 CEO는 “한국이 AI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내수 중심의 접근 방식을 넘어서서, 국제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인 투자와 연구 개발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자 역시 “AI는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기술로 국내 기업만의 투자 규모로는 미국, 중국을 따라잡고, 세계를 선도하기 어렵다”면서 “국가 규모의 대규모 투자가 민간 기업과 함께 진행되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한국경제인협회가 전 세계 62개국의 AI 지수를 분석한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AI 관련 기업 수와 투자 규모가 경쟁국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만큼 민간 투자 부문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이 AI에 투자를 해야하고 강조하는 이유는 AI가 생산성 도구이기 때문이다. AI가 확산할 2030년 가장 많이 바뀔 부분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생산성 향상이 72.4%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노동시간 단축 14.3%, 실직 증가 8.6%, 사물지능 확산 2.9%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큰 난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I 시대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로 꼽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대 역시 큰 숙제로 꼽혔다. GPU는 AI 학습을 위한 핷김 부품이지만 현재 시장의 90%는 미국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다. H100과 같은 부품은 50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도 불구, 구하지 못해 AI 개발이 더뎌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대학에서 AI 기반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한 교수는 “GPU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연구 과제를 신청했을 때 가격과, 실제 구매했을 때 가격이 달라 구매가 어려운 웃지 못할 일도 실제 연구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NHN의 한 연구원은 “기초적인 AI 연구에도 서버 인프라가 필수적이지만 대부분의 기업, 학계에서는 인프라에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엔비디아 독점으로 이루어진 AI 학습서버는 상당한 고가로 어지간한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접근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AI 연구원은 “AI 경쟁력은 투입할 수 있는 GPU장비 예산, 데이터 규모에 의해 결정된다”면서 “교육이나 육성에 들어갈 예산상 여유가 있다면, 모두 GPU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의 AI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응답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46.7%가 ‘AI 관련 예산 증액과 R&D 지원’을 꼽았다. 이는 두 번째로 많이 선택한 ‘AI 인재 육성 영입과 지원(22.9%)’의 두배에 달하는 선택을 받았다. AI 연구 현장이 얼마나 지원에 목말라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각각 15만개가량의 H100을 사들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H100은 엔비디아가 개발한 고성능의 GPU로 가격은 개당 4만 달러를 웃돈다. 단순 계산으로 메타와 MS는 지난해 GPU 구매에만 약 60억 달러, 우리 돈 약 8조원을 쓴 셈이다. H100과 비교했을 때 사양은 낮지만 AI 연산으로 활용되는 A100(약 1만달러)까지 포함하면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GPU 구매에 쓴 돈은 천문학적인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GPU를 쓸어 담고 있다 보니 현재 H100의 경우 주문 후 받을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약 52주로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국내 기업의 경우 이처럼 조단위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AI 연구자는 “AI 경쟁력은 투입할 수 있는 GPU장비 예산과 데이터 규모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다”라며 “이 부분에 투자 없이는 다른 국가와의 경쟁력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했다. 또 다른 연구자는 “지금 상황은 불필요하게 국가 예산이 분산되고 있고 특히, 교육이나 육성 등에 들어갈 예산 여유가 있다면 모두 GPU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AI 연구자는 “AI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당장의 수익보다는 기반 기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기업에서 이를 해결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GPU 개발에 시간이 없는 만큼 데이터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김남혁 업스테이지 매니저는 “AI는 자체 소프트웨어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GPU 기술력도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이 앞서가고 중국이 따라가는 그림이 그려진다”라면서 “GPU 확보는 엄청난 자본이 필요한 프로젝트”라면서 “반면 데이터 확보는 GPU 확보 보다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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