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 허가땐 기업 자금시장에도 활력···'투자원금 보장' 구체화가 관건

서종갑 기자 2024. 2. 1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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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證 IMA사업 추진···도입 8년만에 물꼬]
은행같은 수신 기능에 투자처도 다양
2016년 도입 공식화했지만 '유야무야'
'IB통' 한투 김성환號 출범 후 적극 추진
PF부실·ELS 불완전판매 이슈 등은 부담
증권사 자산건전성 확보방안 뒷받침돼야
[서울경제]

금융투자 업계에서 그간 종합투자계좌(IMA)는 사문화된 제도 취급을 받았다. 증권사의 대형화와 명실상부한 투자은행(IB)화를 유도하려는 정책 의도에 따라 2016년 금융위원회가 IMA 도입을 공식화했음에도 이후 시행 세칙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던 탓이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이 IMA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금융 당국이 호응하지 않으면서 유야무야되기도 했다.

그런 만큼 한국투자증권의 IMA 사업 자격 취득을 위한 신청서 제출은 금융투자 업계에 새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메가톤급 이슈가 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당국으로부터 IMA 사업 인가를 받는 데 성공하면 고객 예탁금을 받아 회사채, 기업 대출 등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은행처럼 수신 기능을 가지면서도 투자처는 더 다양해지는 것이다. 경직된 기업 자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이는 연쇄적으로 증권사 간 대형화 경쟁, 은행과 증권사 간 경쟁, 이번 조치의 반대급부로 은행의 규제 완화 요구 등 금융투자 업계 전반에 지각 변동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한국투자증권의 IMA 사업 추진은 지난해 11월 취임한 김성환 대표의 강한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을 일궈낸 ‘PF 1세대’로 꼽힌다. 리테일·브로커리지 중심이었던 국내 증권 업계가 부동산 금융에 눈을 뜨게 한 장본인이다. 한국투자증권 경영기획총괄 부사장으로 있던 2017년 말에는 초대형IB 지정과 함께 증권 업계 최초로 단기금융 업무(발행어음 허용) 인가를 받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평소에도 스스로를 “남과 다른 사업을 해 수익을 내는 게 장점”이라고 소개한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IMA 신청을 두고 “김 대표다운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호실적도 한국투자증권이 IMA 사업에 뛰어든 든든한 뒷배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648억 원으로 전년 대비 66.2% 급증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은 2022년 말 대비 26% 늘어난 8조 2569억 원까지 증가했다.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9개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다만 IMA 사업 자격 취득까지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IMA 상품은 기본적으로 은행의 예금처럼 원금을 보장하면서도 매력적인 수익률로 고객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증권사가 손실에 따른 위험을 고려해 고객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면 IMA의 투자 매력과 기업금융 기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특히 손실이 날 경우 증권사가 이를 부담해야 한다. 자칫 재무 건전성 이슈가 터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 당국도 투자자 원금 보장, 증권사 자산 건전성 유지안 등을 핵심으로 한 IMA 세부 지침과 관련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국 관계자는 “IMA 도입 계획을 처음 밝혔던 2016년과 현재의 법 및 금융투자 업권을 둘러싼 환경은 180도 바뀌었다”며 “투자자 보호 조치 마련부터 증권사의 건전성 확보 방안 등 세부적으로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IMA 제도 시행령 등에 원금 보장 방안 등을 확정하려면 한국투자증권이 IMA 사업 진출을 위한 신청서 제출을 서두른다고 해도 실제 사업의 연내 시작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진 제공=한국투자증권

시장 일각에서 한국투자증권의 자산 건전성을 놓고 의구심을 보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14조 24000억 원(2023년 3분기 기준)에 이른다. 전년 말 대비 29% 증가한 수치로 국내 증권사 중 발행어음 잔액 규모가 가장 크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초대형 IB로 지정된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2배까지 판매 가능하다. 만기는 1년 이내다. 발행어음은 조달 자금의 최소 50%를 기업금융에, 30%는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 발행 총량이 늘어날수록 손실 가능성이 커지는 구조다. 투자금융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보유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물량 중 중·후순위 사업장 비중이 적지 않아 부동산 경기 침체에 취약한 구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당국으로서는 은행권의 극심한 반발이 불보듯한 마당에 금융사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는 부동산 PF,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등의 이슈가 정리되지 않은 것도 골치다. 이런 배경을 종합 고려하면 증권사의 IMA 사업 신청에 당국이 속도감 있는 긍정적 피드백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사진 제공=한국투자증권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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