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제4의 창조도시

2024. 2. 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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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시 논쟁을 보면 도시 정책이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

이 새로운 모델인 창조도시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나 산업 유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기업, 시민사회, 개인의 창조력을 촉진해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산업이 요구하는 인재와 어메니티를 제공한다.

제4의 창조도시가 제공하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문화정책을 예술인과 문화시설 지원을 넘어 도시 ·소상공인·상권정책까지 확장해 적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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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부동산 중심 도시개발 할 때
선진국은 새 도시모델 발전
크리에이터의 창조력 기반한
문화·상권 조화된 공간 돼야

한국 도시 논쟁을 보면 도시 정책이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 신도시, 스마트도시, 재개발, 재생 논의를 거쳐 1기 신도시 재정비 계획까지 왔지만, 이들은 모두 도시의 외형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관한 논의이고, 어떤 내용의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있다. 한국이 부동산 개발 중심의 도시 정책에 집중하는 동안, 선진국들은 새로운 도시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1980년대부터 주력 산업이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에서 첨단산업, 문화산업, 지식산업으로 전환하기 시작하면서, 선진국들은 산업 중심의 도시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시 모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모델인 창조도시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나 산업 유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기업, 시민사회, 개인의 창조력을 촉진해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산업이 요구하는 인재와 어메니티를 제공한다.

1990년대 초기 창조도시론은 문화산업, 창조산업의 유치와 집적에 집중했다. 창조도시를 문화산업의 클러스터로 본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산업이 아닌 인재를 강조하는 창조계급 중심 창조도시, 산업보다는 도시 브랜딩과 문화 기획을 통한 창조적 환경(Milieu)을 중시하는 문화기획 중심 창조도시 모델이 부상했다.

문화산업 기반 창조도시를 제1의 창조도시, 창조계급 기반 도시를 제2의 창조도시, 문화기획 주도 도시를 제3의 창조도시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플랫폼 경제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확장되며 새로운 유형의 창조도시가 등장했다. 이 도시들은 디지털과 물리적 공간, 상권, 도시 등 오프라인 플랫폼을 융합한 상업 콘텐츠로 거리와 동네의 모습을 변화시키는 크리에이터가 이끄는 곳이다.

스톡홀름의 쇠데르말름, 도쿄의 시모키타자와, 뉴욕의 브루클린 같은 창조성이 풍부한 상업 지역들이 바로 이 크리에이터 중심 제4의 창조도시다. 한국 역시 창조도시가 점차 중요한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문제는 특히 도시의 어메니티 부문에서 두드러진다. 한국의 도시들은 주택과 교통 인프라에 투자를 하면서도, 주택과 접근성만으로는 MZ세대를 유인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다.

창조인재에게 중요한 것은 라이프스타일, 문화시설, 친환경 요소, 창의적인 리테일, 건축 환경 등 다양한 도시 어메니티다. 현재 이러한 어메니티를 제공하는 한국의 도시는 홍대, 성수동 등 소수의 지역에 불과하다.

한국 지역의 위기도 어메니티 부족에서 찾아야 한다. 창조인재가 선호하는 어메니티는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어, 대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려면 사업장을 수도권에 배치할 수밖에 없다. 과거와는 다르게 이제는 일자리가 아닌 장소 자체가 인재를 끌어들인다. 수도권 내에서도 어메니티의 불균형은 심각한 문제다. 정부가 대중교통망에 투자해 신도시로의 접근성을 높이더라도, 어메니티가 부족한 신도시는 인구를 지속적으로 유치하거나 자립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정부는 지역 도시와 수도권 신도시를 매력적인 어메니티를 제공할 수 있는 제4의 창조도시로 전환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핵심 정책 도구는 문화지구 조성이다. 정책 목표를 크리에이터, 문화시설, 건축 환경과 상권을 활용해 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할 수 있는 시장과 환경을 조성하는 데 둬야 한다. 제4의 창조도시가 제공하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문화정책을 예술인과 문화시설 지원을 넘어 도시 ·소상공인·상권정책까지 확장해 적용해야 한다. 문화지구와 같은 정책 지원은 변화를 가속화하며, 이를 통해 한국은 지역적 특성을 강조한 지속가능한 창조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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