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금 부담에 8억짜리가 4억대로…`곡 소리` 나는 강북 재건축
사업단지마다 공사비 증액 요구
서울에서 지역구 내 '대장주'로 꼽히던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집값이 분담금 우려에 최대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준공 30년 이상 된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받지 않고 곧장 재건축을 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1·10대책 발표에도 재건축 시장의 위축은 나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 기조로 재건축 예상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흐름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최대의 정비사업지로 알려진 상계주공5단지의 전용 31㎡(단일 평형)는 최근 4억6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매매가가 5억원을 넘나들었던 것과 비교해도 큰 폭의 급락이지만, 지난 2021년 8월엔 8억원까지 거래가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기존 지상 5층, 840가구였던 이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지상 최고 35층, 996가구 신축 아파트로 지어질 예정이었다.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며 '몸값'이 올랐던 단지는 급등한 공사비로 생긴 조합원 간 내홍으로 가격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상계주공5단지의 경우 용적률 93%가 적용되는 저층 단지임에도, 전용 84㎡에 들어가기 위해선 가구당 5억원에 달하는 추가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결국 상계주공5단지 소유주들은 지난해 11월 전체 회의를 열고 시공사 GS건설과의 시공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GS건설은 같은 해 12월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시행사와 정비사업위원장을 상대로 60억원대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지난해 초 정비사업위원회에 낸 입찰보증금 50억원에 더해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10억원을 내라는 것이다. 조합은 새로운 시공사를 찾아 GS건설에 돈을 갚아주거나 조합원 분담금을 각출하는 등 자금 확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강남 불패'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달 23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만 하더라도 24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며 전고점의 90%까지 가격이 상승했지만, 넉 달 만에 7000만원이 하락한 것이다. 호가는 최근 22억원꺼지 떨어져 고점 대비 4억원 이상 떨어졌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0층 초고층 아파트로 재건축을 중비 중인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는 지난 1월 24일 23억78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약 일주일 전인 1월 18일 거래가( 24억800만원)에 비해 3000만원이 낮아진 가격이다. 지난해 12월 12일 거래가(24억7800만원)와 비교하면 거의 1억원이 빠졌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2차 전용 160㎡은 지난달 중순 52억원에 팔렸다. 직전 거래인 지난해 7월 신고가(65억원)보다 13억원이 떨어진 것이다. 강남구 일원동 개포우성7차는 작년 9월 21억원에 거래된 전용 84㎡가 지난달 14억5000만원에 팔렸다. 4개월새 7억원 가까이 급락한 것.
시장은 정부의 주택 정비사업 활성화 대책보다 분담금 부담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실제로 최근 재건축 사업단지마다 공사비 증액은 관례처럼 이어지고 있다. 당초 다음 달께 착공 예정이던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의 경우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최근 조합에 약 1조4000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원자잿값 상승과 설계 변경 등으로 건설 비용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7년 처음 논의된 공사비 2조6363억원(2019년 5월 기준)에서 4조원 이상으로 공사비가 늘어나는 셈이다. 서초구 신반포22차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도 지난 2017년 합의한 3.3㎡당 약 500만원의 공사비를 크게 올려 3.3㎡당 1300만원선에서 협의 중이다.
정부는 시장 반응에 아랑곳없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더욱 힘을 실을 전망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14일 비상경제장관회에서 "주민 관심도가 높은 1기 신도시 선도지구를 오는 5월 중 공모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5개 신도시 모두 선도지구를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한 박 장관은 "(정비사업 관련해서는) 정책 기조를 규제를 푸는 정도가 아니라 지원하는 수준으로 바꿔나갈 것"이라면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른 선도지구는 하반기 중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하반기 중 선도지구가 선정되면 대통령 임기 안에 착공까지 하러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선정을 위해선 주민 간 합의를 빨리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안전진단' 명칭에 대한 변경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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