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주간 풍향계] 엔비디아 실적·FOMC 의사록 주목
이번 주 투자자들의 눈은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와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 전망이 후퇴하며 상승 랠리에 제동이 걸린 뉴욕 증시의 행방이 FOMC 의사록과 엔비디아 실적에 따라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미국 증시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6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5000선을 유지했지만, 한 주 동안 0.42% 떨어지며 상승 랠리가 멈춰섰다.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0.11%, 1.34% 내려왔다. 뉴욕 증시의 하락세가 일시적 조정에 그칠 것인지는 오는 21일 FOMC 의사록과 엔비디아의 실적발표 이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달 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인플레이션이 2%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을 때까지는 금리 인하가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3월까지 금리 인하 수준에 도달하지 않을 것 같지 않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번 의사록에서는 파월 의장 발언의 구체적인 배경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식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가장 큰 관심사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열풍의 최대 수혜주로 지난 1년간 250% 가량 오르며 뉴욕 주식 시장을 이끌었다. 이번 실적 발표는 이 같은 열기의 지속 여부를 알아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의 4분기 매출이 203억달러, 주당 순이익은 4.59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237%, 704% 증가한 수준이지만, 직전 분기의 증가율보다는 줄었다. 시장이 매출 급증과 성장세 둔화 중 어디에 주목하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FOMC 의사록을 통해 내부 연준위원들의 시각을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며 "지난달 FOMC 성명서나 연준의장의 발언이 다소 매파적이기는 했지만 물가의 둔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방향성이나 노동시장의 둔화 조짐에 대한 언급이 포함돼 있다면 금융시장 내 6월 금리 인하 전망은 조금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 역시 FOMC 의사록과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기대감이 다소 줄며 상승세가 둔화한 코스피는 이번 주 역시 26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주 코스피 상승률은 1.09%로 직전 3주간 5.97%에 비해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6240억원을, 기관은 1690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1조7950억원을 수냄도하며 차익 실현에 집중했다.
지난달부터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의 급등세에 대한 경계심리가 작동하는 모습이다. 저PBR 대표 업종으로 불렸던 보험업은 3.17% 하락했고, 금융업도 0.06%로 보합세에 그쳤다.
반면 한동안 소외됐던 성장주가 반등하는 등 순환매 장세가 나타났다. 성장주 위주인 코스닥시장이 지난 14~15일 이틀 연속으로 유가증권시장을 지수 상승률과 거래액에서 앞서기도 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코스피 예상치로 2540~2660을 제시했다. 지난주 엔비디아의 급부상을 계기로 AI 시장 성장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미국 경제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해 국내 증시의 상방 압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미국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이 희박해진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실적발표가 일단락되면서 모멘텀 공백이 발생할 경우 증시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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