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운송은 기본 … 배터리 재활용 금맥캔다
선택과 집중으로 물류경쟁력·신사업 강화
초대형 자동차운반선 3년내 110척까지
배터리 회수부터 재활용까지 실행력 확보
직원과 적극 소통…티타임·번개도 진행
"현대글로비스의 새로운 성장 첫해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건설적인 비판과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지난달 25일 열린 2023년 현대글로비스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가 등장했다. 이 대표는 참석자들에게 "올해 주력 사업과 신규 사업을 적극 추진해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선 이례적으로 콘퍼런스콜에 직접 참석하는 최고경영자(CEO)다. 지난해 1월 대표로 부임한 이후 매 분기 진행되는 콘퍼런스콜에 참석했다. 시장을 향해 회사 현재와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공유해왔다. 대기업 콘퍼런스콜에서 CEO가 투자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 자체가 드문 일로, 이에 대한 시장 반응도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소통뿐 아니라 이 대표는 사내 소통에도 매우 적극적인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이 대표는 점심 혹은 저녁 자리에서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회사나 개인 이야기를 나누는 '점심·저녁 사주 쎄오(CEO)' 행사를 만들기도 했다.
이 대표는 공식적인 자리 외에 외부 일정이 없으면 직원들과 번개 모임도 자주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을 대표실로 초대해 커피를 한잔 마시는 것도 낯선 풍경이 아니다.
매달 한 번 이 대표가 전체 직원에게 발송하는 레터도 직원들이 기다리는 소소한 재밋거리 중 하나다. 이 대표는 레터를 통해 임직원에게 정제되지 않은 일상 언어로 딱딱하지 않은 소소한 이야기를 전한다. 직원들은 사내 온라인 소통 채널 등을 통해 이 대표에게 궁금한 이야기를 회신하고 있다.
이 대표가 대내외 소통에 적극 나서는 것은 현대글로비스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방향이 다각도의 시각과 이야기들에서 나온다는 믿음 때문이다. 당장 눈앞의 현안만 좇다 보면 놓치는 부분이 많은데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 배우는 것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가 소통 전문가를 자처하고 나선 건 올해 회사가 또 다른 성장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 직원을 독려해 원팀 정신을 고취하고 외부 관계자와도 접점을 늘려 현대글로비스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는 현대글로비스가 성장을 위해 재정비한 한 해였다면 올해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결실을 구체화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글로비스는 이 대표를 선봉으로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신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이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우선 최근 글로벌 자동차운반선(PCTC) 공급 부족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현대글로비스 주요 사업인 자동차 해상운송 부문에 투자를 늘려 선대를 확대할 방침이다.
앞서 글로벌 선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자동차 수출량 감소를 예상해 PCTC 신조선 발주를 줄였다. 아울러 탄소 배출이 많은 노후 선박이 폐선되면서 전 세계 PCTC 수는 감소했다.
하지만 자동차 생산량이 신속하게 회복됐고 극동발 자동차 수출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자동차운반선이 부족하게 됐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10월 2조4922억원을 투자해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엔진 PCTC 12척을 확보하기로 했다. 해당 선박들은 소형차 기준으로 1만800대를 실을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다. 선박 인도는 2027년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초대형 PCTC를 다수 확보하면서 현대글로비스의 해운사업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글로비스는 2027년까지 총 110척의 PCTC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선 업계에서 최다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표는 또 다른 신사업으로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패권을 노리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영역을 선점해야 배터리 원가를 낮춰 소비자에게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 사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도시광산 밸류체인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여기서 현대글로비스는 시작점인 사용 후 배터리 회수부터 재활용까지 전 과정을 주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해당 영역의 실행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협업을 위한 파트너사 발굴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 이알에 지분을 투자해 전처리 기술·설비 사용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기도 했다. 2021년 현대글로비스는 사용 후 배터리 수거를 위해 전용 회수 용기를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
회수 용기는 여러 층에 배터리를 담아 한꺼번에 운송할 수 있게 제작돼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였다. 여기에 더해 국가별로 복잡한 배터리 관련 규제를 충족하는 물류 프로세스도 갖췄다. 이 같은 역량을 바탕으로 현대글로비스는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서 탄탄한 사업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2024년은 전략적인 투자에 집중해 자산과 역량을 갖추고 사업을 수평적으로 확장하며 신사업의 기반을 견고히 다지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지난 15일 회사 주식 1000주를 추가 매수하며 보유 주식을 3000주까지 늘렸다. 책임경영의 표명이자 스스로에게 던지는 다짐인 셈이다.
이규복 대표 △1968년생 △부산 낙동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88년 현대자동차 입사△2011년 현대차 재무관리 실장(이사대우) △2013년 HMB(현대차 브라질 판매법인) 재경 담당 이사 △2015년 현대차 프랑스판매법인장(상무)△2019년 현대차 미주유럽관리사업부장(전무) △2020년 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장(전무)△2023년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부사장)
[박소라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술 취한 女승객 집 쫓아가 성폭행 40대 택시기사…법원 “무죄” 이유 보니 - 매일경제
- “이력서에 ‘3가지’ 없으면 5초 만에 쓰레기통 가죠”…합격 꿀팁 뭐길래 - 매일경제
- 8년 징역인데 ‘황제 수감’ 6개월만에 석방…특혜 논란 불거진 이 남자 - 매일경제
- “금리인하 정말 물건너 간건가요?”…개미들 숨죽이고 기다린다, 이번주 두 이벤트 - 매일경제
- MZ세대가 그토록 사줬는데도…10년 넘은 직원들 희망퇴직 받는다는 이 회사 - 매일경제
- “공무원들 일 진짜 안하네”…그 많던 불만 싹 사라졌다는 수원시, 왜? [방방콕콕] - 매일경제
- 삼성은 성공한 ‘이것’ 애플은 포기 선언...대신 준비하는 제품은 - 매일경제
- ‘정몽규 4선 의지’에 유인촌 장관이 한 말...“일단 일을 잘 해야” - 매일경제
- 딸기값 급등하자 대세된 ‘이것’…100만잔 우습게 팔린다는 음료 정체 - 매일경제
- ‘쏘니’ 따뜻하게 품은 포스테코글루 감독, ‘졸장부’ 클린스만과 달랐던 품격 “손흥민은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