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기로에 선 독일, 극우종양에 맞서다

한겨레 2024. 2. 1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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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독일 동부 에르푸르트에서 독일대안당(AfD)과 극우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하네스 모슬러(강미노) | 독일 뒤스부르크 에센대 정치학과 교수

독일은 현재 전에 볼 수 없던 것을 경험하고 있다. 최근 몇주 주말마다 수십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우익 극단주의와 외국인 혐오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는 2차 대전 이래 독일에서 일어난 사회운동 중 가장 큰 규모의 시위로 기록될 정도다. 작년 11월 극우 정치인과 신나치주의자들의 음모적 회의 내용을 1월 중순에 언론이 보도하면서 촉발되었다. 비밀모임에서는 친러-극우 독일대안당(AfD)이 집권하게 될 때 독일에서 수백만명의 난민과 이주민을 추방해 아프리카에 강제 이주시키는 전략이 논의되었다. 이는 특히 나치독일 때 저지른 대규모 강제이주와 같은 만행과 매우 유사해 독일인들이 경악했다. 게다가 모임 장소가 1942년 당시 이른바 유대인 문제에 대한 최종 해결책을 논의하며 홀로코스트를 더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반제회의’를 비밀리에 연 곳과 불과 8㎞ 떨어진 곳이라는 사실이 충격을 더했다.

그에 대한 대응으로 독일 전역에서 수십만명이 거리로 나와 우파 극단주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건강한 민주주의의 신호다. 우파 포퓰리스트들은 항상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말하지 않는 이른바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고 선동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억지이고 거짓말임은 대규모의 반극우·반인종차별주의 시위가 분명히 보여준다. 또한 이 집단행동은 사회의 민주적 다수가 소외된 소수자와 연대한다는 중요한 교육 효과가 있으며, 튼튼한 민주주의를 위해 중요한 사회적 자본을 창출하는 의미도 있다. 나아가서 대규모 시위는 독일 기억문화를 다시 활성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독일인이 국가사회주의를 떠올리며 “다시는 안 된다가 지금이다!”(Nie wieder ist jetzt!)를 외치는데, 특히 젊은 독일인은 교과서에서만 배운 과거의 역사적 과오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실감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시위만으로 독일의 어두워 보이는 앞날을 밝힐 순 없다. 사람들이 극우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복잡하고 다양해서다. 여론조사를 보면 대안당 지지자들에게 특히 민감한 것은 난민 문제, 폭력과 범죄 문제, 독일이 군사분쟁에 휘말릴 가능성, 높은 인플레이션 등이다. 그들에게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종말론적 사고가 두드러졌으며 대안당만이 독일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 것으로 나왔다. 물론 대부분의 대안당 지지자는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그 당에 투표한다고 답했지만, 그들 중 우익 극단주의자도 역시 다수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현재 이미 78명(약 11%)의 대안당 의원이 독일 연방의회에 입성했으며, 일부 주 의회, 특히 옛 동독 지역은 의석 점유율이 20%를 넘은 곳이 많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여론조사 응답자의 약 20%가 다음 총선에서 대안당에 투표하겠다고 한다.

독일은 기로에 서 있다. 대안당을 제외한 민주적인 독일 정당들, 특히 연립 여당 정당들은 현재 저항투표로 대안당을 지지하는 이들을 정책과 실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노력만으로 독일 사회가 직면한 복잡하고 많은 문제가 해결될 보장이 없기에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날카로운 양날의 칼인 정당 해산 대책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대안당 현상이 위기의 증상에 불과하더라도, 결국 몸 안에서 악성 종양이 증식하여 몸 전체(민주주의)가 파괴될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신체 일부를 도려내는 수술을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때문이다. 방어적 민주주의(wehrhafte Demokratie) 개념 역시 독일의 불행한 과거로부터 고통스럽게 얻은 중요한 교훈이다. 내년 가을 연방의회 선거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지금 행동하는 양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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