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홀려… 신종투자기법에 낚였다

금감원, 사칭 등 불법금투업자 적발

연합뉴스 제공.

#. A씨는 지난해 11월 인터넷 광고를 보고 들어간 한 채팅방에서 만난 금융 관련 고위공무원(사칭) B씨로부터 AI 프로그램 투자를 권유받았다. B씨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개발한 수익 확률 80% 이상의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고, 다른 참여자들(바람잡이)이 수익을 인증했다. B는 투자 도중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해 전액 손실이 발생했다며 추가입금을 유도했고, A씨가 추가로 투자하자 다시 동일한 방법으로 손실이 발행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사기를 의심해 금감원에 신고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생성형 AI를 가장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등 고수익을 미끼로 자금을 편취하는 불법 금융 투자사이트 및 게시글을 적발해 방심위에 차단 의뢰하고, 56건의 피해사례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수사의뢰한 불법 금융투자업자 유형 중 가짜 투자앱 등을 통한 투자중개 유형이 46.4%로 가장 많았고,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넘기는 투자매매 유형(37.5%), 미등록·미신고 투자자문 유형(14.3%) 등의 순이었다.

투자 대상으로는 선물거래나 비상장주식 등 일반인이 투자정보를 잘 알기 어렵거나 단기간 가격 변동성이 큰 고위험 투자 상품을 미끼로 한 투자사기가 많았다.

특히 최근 들어 불법업자들이 사회적 관심이 높은 챗 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가장한 신종투자기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제도권 금융회사를 사칭하는 등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첫 입금 이벤트 등으로 투자자를 유인한 뒤 투자금을 편취하고 잠적하거나, 공모주를 싸게 많이 배정받을 수 있다며 가짜 투자 앱 설치를 유도하기도 했다. 선물거래 기법 교육 영상을 게시해 투자자를 유인한 뒤 선물투자 규제 회피가 가능한 계좌를 대여해 준다며 거래 여부가 불명확한 거래시스템 설치를 유도한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민생을 침해하는 불법 금융투자업자 등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신종 수법에 대해 신속하게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있다"며 "혐의가 포착된 불법업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수사를 의뢰하고 민생침해 금융범죄 척결을 위해 유관기관과 공조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