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속 '미세 플라스틱' 안녕…대신 이것 넣었다
농진청, 미세 플라스틱 대체제로 '배 속세포' 발견
2030년 전 제품 미세플라스틱 사용 금지 결정도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 많이들 들어보셨죠? 먹이사슬을 타고 환경에 스며든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다는 문제가 대두된 지는 오래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치약과 세안용 폼클렌징에는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특히 피부 각질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스크럽 형태의 클렌징 폼 제품들이 인기를 끌기도 했죠.
국내에서는 2017년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치약제 사용이 금지된 데 이어, 화장품에도 미세플라스틱 사용이 금지됐습니다. 2021년엔 세정용품‧화장품‧세탁제품 등에 쓰이던 미세플라스틱(크기 5㎜ 이하의 고체 플라스틱)보다 더 작은 마이크로비즈(50㎛ 이하의 고체 플라스틱)의 사용도 금지됐죠. 그렇다면 규제가 시행된 후 화장품 제조사들은 미세플라스틱을 어떻게 대체했을까요. [생활의 발견]에서 알아봤습니다.
'호두껍질'부터 '배 석세포'까지
국내 뷰티업계 대표 주자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국내에서 규제가 시행되기 전부터 환경친화적인 성분을 제품에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09년부터 바디나 페이스 스크럽 제품에 사용하던 고체 입자 형태의 원료를 셀룰로오즈, 호두껍질가루, 펄라이트(화산재), 실리카, 소금, 설탕 등 천연 성분으로 대체하는 연구를 지속해왔습니다.
LG생활건강도 규제가 시행되기 전부터 화장품에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중단했는데요. LG생활건강 역시 대체 성분으로 호두 껍질 등의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후 미세플라스틱을 대체할 또 다른 소재가 발견됐습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2017년 우리가 즐겨 먹는 과일인 배의 '석세포(石細胞)'가 미세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배 석세포는 과육 속에 들어있는 까끌까끌한 세포입니다. 배를 먹을 때 배 껍질이나 씨가 있는 과일 중심부를 먹다보면 느껴지는 오돌토돌한 느낌 아시죠? 배 석세포는 기존 천연 스크럽제 대비 피부 손상이 적고 효과가 높은 것으로 효능이 입증됐습니다.
배 석세포의 피부 각질 제거효과는 일반 세정 크림의 4.6배, 호두껍질 각질 제거제의 2.2배라고 합니다. 또 배 석세포의 모공축소 효과는 일반 세정 크림보다 2.4배 뛰어나고, 호두껍질 각질 제거제의 1.5배 더 좋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피부 유분기 개선(개선율 45.8%), 미세먼지 세정력 증대, 메이크업 밀착력 개선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화장품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업계 1, 2위인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도 배 석세포를 활용해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고 있습니다. 한국콜마는 지난 2021년 친환경 소재 전문기업 루츠랩과 손잡고 '배 석세포 활용 화장품' 개발에 돌입했습니다.
코스맥스는 같은 해 린스 오프(물로 헹궈내는 클렌징폼, 스크럽제 등) 제품에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중단했는데요. 기존에 사용하던 플라스틱 비즈를 배의 석세포로 대체했습니다. 코스맥스는 이외 소금, 살구씨 등 열매 씨앗 가루, 커피 찌꺼기 등 마찰력 있는 천연소재도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세플라스틱과의 전쟁 끝날까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가던 색조 화장품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한국콜마는 2022년 색조화장품에 사용되던 미세플라스틱을 친환경 성분인 '실리카'로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향후 파우더 제형이 포함되는 기초화장품 제품에도 적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술이 개발됐다면 실제 제품으로 출시, 판매되는 것이 중요할텐데요. 한국콜마는 미세플라스틱 대체를 원하는 고객사와 지속적으로 제품화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소재와 신기술 개발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코스맥스는 2030년부터 전 제품에 미세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올해부터 기존 생산 제품(2021년 이전 등록 및 처방 제품)에 대해서도 사용을 중단할 예정입니다. 오는 2027년부터는 미세 플라스틱이 사용되는 신규 원료 등록을 제품 타입과 관계없이 금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미세플라스틱과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작아 하수구 거름망에서 분리되지 않고 바다로 흘러나갑니다. 바다로 유입된 미세플라스틱은 잘 분해되지 않아 바다를 오염시키고 플랑크톤이나 바다 생물들이 먹게 된다는 게 문제입니다.
인류에게 유용한 물질이었던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을 발생시키고, 결국 우리가 섭취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겁니다. 천연소재를 활용한 기술이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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