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 육아를 명받았습니다!…군인 아빠의 ‘나홀로 육아 전투기’ (인간극장)
[스포츠서울 | 김태형 기자]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고된 일이다. 지나가는 어른들은 ‘엄마 아빠가 애국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런데 여기 이 부부는 그 말이 싫다. 군인이라 애국은 기본이지만, 나라를 위해서 아이를 낳지는 않았다. 너무 예뻐서, 눈물겹게 사랑스러워서, 그렇게 화목한 가정을 꾸려가는 것이 행복해서다. 그래서 아이를 낳았고, 즐겁게 육아 전투에 임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행복하려고, 세쌍둥이 육아를 명받았습니다!”라며 오늘도 씩씩하게 구호를 외친다.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방송되는 KBS1 ‘인간극장’에는 세쌍둥이까지 4남매를 위해서 육아휴직을 감행한 군인 아빠의 ‘나홀로 육아 전투기’ 편이 그려진다.
결혼 6년 차에 벌써 4남매의 부모가 됐다. 군인정신으로 똘똘 뭉쳤다는 김경훈(32) 대위와 김은영(31) 대위 부부가 주인공이다.
첫째는 인공수정으로 어렵게 가졌는데, 둘째는 자연임신이다. 반가운 마음으로 병원에 달려갔더니 배 속에 아기가 셋이다. 지난해 4월 세쌍둥이를 낳았고, 부부는 아이 넷을 키우게 됐다. 첫째는 세 살, 쌍둥이들은 8개월이다. 한창 손이 많이 갈 나이인데 아이들을 전담해서 돌보는 사람은 바로 아빠, 김 씨다.
육아휴직을 했던 아내는 복직했고, 대신 김 씨가 육아휴직을 한 것. 아이를 보는 아빠가 많아졌다지만 세쌍둥이를 포함해 아이 넷을 돌보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겁 없이 뛰어든 육아 전투, 하루에도 열두 번 곡소리가 난다고.
김 씨는 휴직 전에 계획서를 써놓았다. ‘철인 3종 경기, 책 집필’ 같은 당찬 포부를 품었지만, 지금은 그걸 열어볼 짬이 없다. 젖먹이 하나 키우려면 먹이고 씻기고 입히느라 허리 펼 새가 없다. 이 집은 뭘 해도 세 곱절이다. 눈뜨면 세쌍둥이 분유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첫째 깨워서 밥 먹이고, 씻겨서 어린이집에 보낸다. 그런데 어린이집 갈 때, 세쌍둥이만 집에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이 넷을 중무장시켜서 커다란 수레에 태우고, 집을 나선다. 큰아이 등원시키고 돌아오면, 다시 세쌍둥이 밥때가 돌아온다. 아기 셋을 앉혀놓고 이유식을 떠먹이고, 하나씩 데려가 씻기고, 다시 분유 먹여서 잠을 재운다. 어느 부대의 훈련이 이렇게 빡빡할까. 아내가 휴직하고 아이 넷을 돌볼 땐, 힘들겠거니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그래서 ‘독박 육아’ 2주 만에 김 씨는 “직장 다니는 아빠들, 제발 집에 일찍 들어가세요”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부대로 출근하는 아내가 편한 것만은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기들, 그 사랑스러운 순간을 놓치는 것이 아쉽다. CCTV로 남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안쓰러움이 몰려온다. 막내 도윤이가 폐렴일지 모른다고 남편에게 전화가 왔을 땐, 당장 달려가질 못해서 가슴이 미어졌다.
무엇보다 제일 마음이 쓰이는 건, 첫째 도준(3)이다. 갑자기 나타난 동생들한테 사랑을 뺏겼다고 느끼는 걸까. 장난감 건드리는 동생을 콕 쥐어박기 일쑤다. 요샌 밥 안 먹는다고 떼를 써서 애를 먹인다. 얼마 전에 은영 씨가 복직하면서, 또 한 번 집을 옮겨야 했던 가족. 새 어린이집에 등원한 첫날, 낯선 친구들 앞에서 눈물 흘리는 도준이를 보면서, 아빠, 경훈 씨도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럴 땐 구세주처럼 등장하는 지원군이 있다.
아들, 며느리가 SOS만 치면 언제고 달려온다는 김 씨의 부모님이다. 한 달에 기차표값만 40만 원이 넘을 때도 있었다고. 솜씨 좋은 어머니는 뚝딱 반찬 해서 냉장고를 채워주시고, 아버지는 기저귀의 달인이다. 아들딸 어릴 때 기저귀를 갈아주던 그 솜씨로 세쌍둥이 기저귀를 갈고 씻기고, 먹이신다. 아들네 이삿날에 맞춰 또 올라오신 부모님, 세쌍둥이 수송 작전까지 펼치면서 눈부신 활약을 보인다고.
한편 KBS1 ‘인간극장’은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tha9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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