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금형제조 기술유용 첫 제재…“제3자에 도면 제공한 정광테크”

공정거래위원회가 금형도면을 요구하고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한 정광테크에 과징금 3000만원을 부과했다. 금형제조분야 기술유용행위 첫 제재 사례다.

공정위는 자동차 엔진 관련 부품 제조업체 정광테크의 기술유용행위 등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18일 밝혔다.

정광테크는 '워셔 플레이트 부품의 성형해석 보고서를 작성해 최종 발주처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에 제출해야 하고, 엔진 브라켓 부품의 양산금형을 개발한다'는 사유를 들어 A협력사로부터 부품의 시작금형 도면을 요구했다. 이후 2019년 9월과 2020년 9월 두 차례 도면을 제공받았고, 엔진 브라켓 시작금형도면을 9월 다른 금형제조업체에 송부하고 양산금형 제작을 의뢰했다.

시작금형이란 특정 부품의 양산 이전에 시제품을 소량 생산하기 위한 금형이다. 이를 통해 향후 양산시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찾아내어 보완한 후 양산금형을 제작한다. 성형해석이란 금형을 이용한 부품제조과정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모사하고 그 과정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부품제조공정과 양산금형 형상을 최적화한다.

정광테크는 최종 발주처의 성형해석 요청이라는 자료요구의 정당한 사유가 있었고, A사가 양산금형 제작을 포기해 시작금형도면 사용을 허락받고 B사에 제조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최종발주처는 정광테크에게 도면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성형해석 보고서만 요청하였을 뿐이라고 봤다. 정광테크의 자료요구행위는 목적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벗어난 기술자료 제공요구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광테크가 A사에 '양산금형 제작 우선권'을 준 사실이 없으므로, A사가 양산금형 제작을 포기해 시작금형도면 사용을 허락받았다는 주장은 그 전제부터 틀렸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광테크는 B사에 'A사가 이 사건 시작금형도면 제공사실을 알게 되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하면서 '이 사건 시작금형도면을 외부로 유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는 등 자신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사실도 인지했다”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