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ChatGPT' 해시태그 믿고 투자했는데… 전액손실 낭패

AI 자동매매 빙자한 사기 주의… 수익률 80~90%로 속여
상장 임박했다며 비상장 회사 주식 고가에 매각하는 수법 주의해야

/사진제공=금융감독원

#A씨는 지난해 11월 인스타그램에서 AI(인공지능)를 활용한 투자전략을 광고하는 글을 보고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 접속했다. 금융 관련 고위공무원을 사칭한 B가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자체 개발한 수익 확률 80% 이상의 AI 프로그램을 홍보하자 이를 믿고 투자했다. 이후 B는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해 전액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추가 입금을 유도했다. A는 이를 믿고 추가로 투자했으나 동일한 방법으로 손해를 봤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18일 AI를 가장한 신종 투자기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제도권 금융회사를 사칭하는 등 불법업자들의 수법이 발전하고 대담해지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불법 금융투자 혐의 사이트와 1000여개의 게시글을 적발해 방심위에 차단을 의뢰했다. 혐의가 구체적인 56건에는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를 통해 불법 금융투자업자의 유형을 분석한 결과, 가짜 투자 앱을 통한 투자중개 유형(26건·46.4%)이 가장 많았다.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넘기는 투자매매 유형(21건·37.5%)과 미등록·미신고 투자자문 유형(8건·14.3%)이 뒤를 이었다.

투자 대상으로는 선물거래(22건·39%)나 비상장주식(20건·35%) 등 일반인이 투자 정보를 잘 알기 어렵거나 단기간 가격 변동성이 큰 고위험 투자 상품을 미끼로 한 투자 사기행위가 많았다.

특히 AI 자동 매매를 빙자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불법 금융투자업이 성행하고 있다. #증권사임원, #고위공무원, #ChatGPT, #AI 등과 같은 해시태그로 고수익을 낼 수 있다며 소비자를 유혹한 뒤 가짜 투자 앱 설치를 유도한다. 이후 자금을 편취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방대한 양의 매매기록을 학습해 초보자도 높은 확률(80~98%)로 고수익(1일 5% 등)을 거둘 수 있다며 무료 강의로 홍보하는 방식이다. 이후 첫 입금 이벤트 등으로 투자자를 유인한 후 큰 수익이 난 것처럼 앱 화면에 보여주다가 AI 프로그램 오류로 큰 손실이 발생했다며 투자금을 편취하고 잠적한다.

비상장 회사의 상장이 임박한 것처럼 꾸민 후 회사 주식을 고가에 매각하는 수법도 주의해야 한다. #비상장주식IPO, #상장임박, #상장청구심사승인서와 같은 해시태그로 투자자를 유인한 뒤 특정 비상장 주식의 매수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불법업자들은 상장 정보의 신뢰를 얻기 위해 한국거래소(상장청구 심사승인서), 예탁결제원(온라인소액증권 모집 성공확인서)의 문서를 위조·도용하기도 한다. 비상장 주식 매수 대금 납입 전 주식을 먼저 입고시켜 투자자를 안심시킨 후 대주주를 사칭한 자가 주식을 높은 가격에 전부 매입하겠다며 투자자가 해당 주식을 대량 매입하도록 유도한다. 이후 투자자가 자금을 납입하면 잠적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제도권 금융회사 사칭 범죄가 성행하고 있으니 타인 명의 계좌는 절대 이용하지 말고 금융회사 임직원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상장을 미끼로 한 비상장주식 투자는 반드시 사실 여부를 확인한 후 신중히 결정하라"고 당부했다.

거래 과정에서 비정상적 요구(거래수수료 별도 납부, 세금 추가입금 요구 등)를 받아 사기가 의심된다면 즉시 거래를 중단하고 신속히 경찰에 신고하거나 금감원에 제보해야 한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