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자, ‘오그레디 악몽’ 지울까…첫출발은 좋다
한화는 2023시즌 종료 후 발 빠르게 새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26)를 영입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난 날로부터 페라자와의 계약이 성사되기까지 35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외국인 타자 교체는 한화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 중 하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한화는 외국인 타자의 부진 탓에 골머리를 앓았다. ‘한 방’ 능력을 기대하고 계약했던 브라이언 오그레디는 ‘0홈런·40삼진’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방출됐고, 대체 선수로 영입한 닉 윌리엄스도 재계약을 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독수리 군단’의 일원이 된 페라자는 베네수엘라 출신 젊은 외야수로, 빠른 배트 스피드를 자랑하는 중장거리형 타자다. 2015년 미국프로야구(MLB) 시카고 컵스에 입단한 그는 지난해 마이너리그(트리플A) 121경기에서 타율 0.284, 23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922를 기록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페라자 영입과 관련해 “빠른 배트 스피드에 ‘중상’ 수준의 주력, 무엇보다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가 장점인 선수”라며 “기존 선수들과 잘 어우러지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현재 호주 멜버른에서 전지훈련 중인 페라자는 최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빠르게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연습경기에서 보여준 모습만 놓고 보면 올해 활약을 기대해볼 만하다. 지난 13일 스프링캠프 첫 청백전에서 2루타와 단타 등 안타 2개를 생산한 페라자는 17일 호주 국가대표팀과의 친선전에서도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방망이를 뜨겁게 달궜다.
페라자가 남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컨디션을 이어가면 한화는 올해 노시환, 채은성, 안치홍과 함께 매력적인 상위 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 최 감독은 현재 이들 4명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고민 중인데, 치고 달릴 줄 아는 페라자를 2번에 기용하는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페라자는 호주 대표팀과 연습경기에서 2번에 배치돼 기량을 뽐냈다. 무엇보다 페라자가 활달한 성격으로 빠르게 선수단에 녹아든 것도 고무적이다. 그는 베테랑 김강민을 ‘할아버지’라고 친숙하게 부를 만큼 국내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고 있다. 낯선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도 외국인 선수에게 굉장한 이점이다.
한화는 지난해 팀 타율(0.241), 팀 득점권타율(0.240), 팀 OPS(0.674)에서 전부 리그 꼴찌를 기록할 정도로 타선이 약했다. 노시환, 채은성 등 일부 타자를 제외한 전반적인 침체가 아쉬웠지만, ‘부재’나 다름없던 외국인 타자의 존재감이 특히나 부족했다. 페라자는 지난해 한화를 괴롭힌 ‘오그레디 악몽’을 잊게 만들 수 있을까. 첫출발은 좋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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