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작’ 신세경이 조정석과 함께 하기로 한 날 타오른 복사나무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4. 2. 18. 10:4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도성에 천둥번개가 요란하던 날 낙뢰 한 줄기가 궁궐 한 귀퉁이에 내리꽂혔다.

날벼락을 맞은 것은 후원에 자리잡은 복사나무 한그루.

사실 그 복사나무는 줄기마름병쯤에 걸렸을 수 있다.

비가 왔고 번개가 쳤고 그중 벼락 한줄기가 복사나무에 떨어졌고 마침 그 나무가 말라 있어 불에 탔듯, 더 이상 안 궁금했고 그래서 안 물어봤고 말해줄 때가 아닌 듯 싶어 말을 안했을 뿐이지만 그 결과는 이인과 강희수의 연모지정에 파국을 초래할 수도 있어 보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OSEN=김재동 객원기자] 도성에 천둥번개가 요란하던 날 낙뢰 한 줄기가 궁궐 한 귀퉁이에 내리꽂혔다. 날벼락을 맞은 것은 후원에 자리잡은 복사나무 한그루. 벼락을 맞은 나무는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 없이 불타올랐다. 고작 요정도의 빗줄기로는 어림도 없다는 듯 몸을 살랐다.

그 나무는 대신 볼모로 잡혀간 아우의 무사귀환을 비는 형의 우애였다. 포로로 끌려간 백성들의 무사귀환을 고대하던 군주의 성심이었다.

17일 방송된 tvN ‘세작, 매혹된 자들’ 11회가 불타는 복사나무를 클로즈업하며 엔딩을 맞았다. 드라마인지라 마땅한 상징이자 복선으로 추측된다. 무얼 의미하고 싶은 걸까?

이 복사나무는 바람과 신뢰의 상징으로 보인다. 선대왕 이선(최대훈 분)은 복사나무 묘목을 이식하며 하나밖에 없는 동생 이인(조정석 분)의 무사귀환을 기원했었다. “나는 너의 하나밖에 없는 형이고, 너는 나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다. 몸 성히 돌아오거라” 했던 이별 당시의 진심이 담겨졌었다.

보위에 오른 이인은 이선이 보여준 우애의 표상 앞에서 ‘원자를 보위에 올려라’란 이선의 고명을 완수하겠노라 내심 약조했을 것이다. 시들어가는 복사나무처럼 자신의 약조가 퇴색할까 싶어 동부승지를 여러차례 바꿔가면서까지 살리려 애를 썼을 것이다.

이날 강희수(신세경 분)가 영취정의 이인을 찾았을 땐 몽우(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몽우 속에서 강희수는 “전하의 하문에 답을 하러 왔습니다”고 등청이유를 밝혔다. 앞서 이인은 “나는 죽는 날까지 임금이고, 내게 맡겨진 이 막중한 소임을 감히 내려놓을 수 없다. 하여 너에게 또다시 고통을 주게 될 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 곁에 있겠느냐?”고 물었었다.

그리고 희수가 “소신 어떤 고통이든 감수하겠습니다. 전하의 곁에 있겠습니다.”고 답했을 때, 그리고 감격에 겨운 이인이 희수를 안았을 때 하늘은 으르렁거리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낙뢰를 뿜어 복사나무를 불태웠다.

사실 그 복사나무는 줄기마름병쯤에 걸렸을 수 있다. 하늘이 요란했으니 낙뢰야 아무데나 내리 꽂혔을 것이고 마침 그 나무에 떨어졌다해서 이상할 건 없다. 마침 죽어가는 중이라 다른 나무에 비해 형편없이 물기가 말라버린 그 나무는 우중임에도 땔감으로 전락했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강희수가 돌아왔을 때 이인은 새삼 희수의 정체를 알고 싶지 않았을 수 있다. “(내가 준) 그 고통 때문에 내게 돌아온 걸 알아”했듯 희수의 의중이 중요하지 정체 따윈 상관없었을 수 있다.

또 희수가 여인이라 밝혀졌을 때도 다만 제 성정체성이 정상임을 확인해 다행이라 여겼을 수도 있다. 희수가 문성대군(홍준우 분)과 장령공주(안세은 분)를 보호하려 애쓴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언젠가 네게 지난 모든 일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게 되길 바라지만 그 또한 나의 변명일 뿐”이라 했듯 고백할 언젠가가 지금은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강희수가 돌아왔을 때, 그리고 여인임이 밝혀졌을 때 “네 정체가 뭐냐?” 추궁해 전 영의정 강항순(손현주 분)의 여식이란 답을 들었으면 어땠을까?

장령공주 바꿔치기 사건을 매조짓는 마당에 북경에 공주를 잘 보살펴주기로 한 사람, 이인 자신보다 더 믿는다는 사람이 누구인지 밝혔으면 어땠을까? 또 마침내 사실은 문성대군에게 다음 보위를 물려줄 작정임을 밝혔으면 어땠을까?

비가 왔고 번개가 쳤고 그중 벼락 한줄기가 복사나무에 떨어졌고 마침 그 나무가 말라 있어 불에 탔듯, 더 이상 안 궁금했고 그래서 안 물어봤고 말해줄 때가 아닌 듯 싶어 말을 안했을 뿐이지만 그 결과는 이인과 강희수의 연모지정에 파국을 초래할 수도 있어 보인다. 두 사람의 연심 따위는 가랑비처럼 증발시키고 기어코 재가 될 때까지 몸을 불사르는 파국.

역사에도 if가 없듯 드라마에도 if가 없어 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zaitung@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