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 다가온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항공 업계도 ‘지각변동’ 

박성수 시사저널e. 기자 2024. 2. 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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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합병 최종 승인되면 세계 10위 초거대 항공사 탄생
통합 시너지 효과와 알짜 사업 반납 리스크 ‘공존’

(시사저널=박성수 시사저널e.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의 시작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초 아시아나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이후 산업은행은 새 인수자로 대한항공을 낙점했다. 산은의 제안에 대한항공이 응하며 양사 합병은 급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양대 항공사가 합쳐지며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메가 캐리어)로 발돋움할 발판을 마련했다.

문제는 독점 이슈다. 양사는 국내 여객수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미국 등 장거리 노선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양사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국제선 65개 중 26개, 국내선 22개 중 8개를 대상으로 국내 공항 슬롯(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을 반납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11개 운수권도 신규 항공사가 진입할 경우 반납할 것을 의무화했다.

양사 합병을 위해선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항공산업 특성상 자국은 물론 취항하는 타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2021년 2월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태국·대만·필리핀(2021년 5월), 말레이시아(2021년 9월), 베트남(2021년 11월), 한국·싱가포르(2022년 2월), 호주(2022년 9월), 중국(2022년 12월), 영국(2023년 3월), 일본(2024년 1월), EU(2024년 2월) 등 13개국이 양사 결합을 승인하거나 심사·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마쳤다.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인 EU 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한 2월13일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공항 계류장 ⓒ연합뉴스

14개국 중 13개국 승인…美만 남아

합병에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EU마저 승인하며 통합 항공사 출범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EU는 중간 심사보고서를 통해 "두 항공사가 합쳐지면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4개 노선에서 여객 및 화물 노선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및 4개 여객 노선을 대신할 항공사를 찾아 시정조치안을 제출했고, EU가 이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제 남은 국가는 미국 하나뿐이다. 업계에선 미국은 EU보다 상대적으로 승인이 수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EU와 달리 미국은 이미 국내 LCC 에어프레미아가 취항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뉴욕, 샌프란시스코 노선을 운항 중이다. 앞서 미국 법무부(DOJ)가 양사 합병 시 독점 우려를 제기했던 노선들이다. 또 한·미 노선의 경우 이용객 대부분이 한국인이며,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맺은 미국 델타항공도 노선을 운항 중이라 미국 소비자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이 최종 승인될 경우 세계 10위권의 '공룡 항공사'가 등장하게 된다. 2개의 대형 항공사(FSC)와 3개의 LCC가 각각 합쳐지는 만큼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한 점유율 다툼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사 통합 이후 환승 수요 확대, 스케줄 경쟁력 강화, 여객·화물 수익 증대, 정비·조업·시설 운영비용 절감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 특히 신용등급 상승을 통해 구매 항공기 비중을 높이고 이자 비용을 줄이는 등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2020년 당시 양사 통합에 따라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다만 통합에 따른 독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알짜 사업을 내놓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공정위뿐 아니라 여러 경쟁 당국은 양사 합병을 승인하며 조건을 제시했다. 영국은 히스로 공항 17개 슬롯 중 7개 슬롯 반납을 요구했으며, 해당 슬롯은 버진애틀랜틱에 이전했다. 중국은 장자제, 시안, 선전, 베이징 등 9개 노선을 반납할 것을 지시했다. 독점 우려가 낮았던 일본도 오사카, 삿포로, 나고야, 후쿠오카 등의 슬롯 일부를 다른 항공사에 양도하라고 명령했다. EU는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및 4개 여객 노선을 티웨이항공으로 이전하라고 했다. 해당 슬롯과 운수권은 양사가 가진 점유율은 물론 수익성도 높은 알짜배기로 알려졌다. 특히 아시아나 화물사업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도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큰 사업이다.

양사 합병에 따른 득과 실이 다른 항공사엔 반대로 적용된다. 우선 거대 항공사 출범에 따른 몸집 싸움에선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국제선 수송객은 약 2300만 명으로 국적 항공사 전체 실적(약 4720만 명)의 48.7%에 달한다. 여기에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까지 더하면 약 3318만 명으로 70.3%다.

2023년 10월2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슬롯 반납 및 화물사업 분리매각 추진 규탄 기자회견에서 박시은 아시아나항공노조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LCC 업계 "위기는 곧 기회"

그럼에도 다른 LCC들은 양사 합병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기존 5개였던 항공사가 통합 FSC, 통합 LCC 등 2개로 줄어드는 만큼 경쟁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아울러 합병 이후 양사가 가지고 있던 노선과 슬롯을 배분받을 경우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미 티웨이항공은 EU 4개 노선을 넘겨받게 됐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2022년 기자간담회에서 "운수권 재배분이 진행될 경우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곳은 파리, 로마, 런던, 이스탄불, 바르셀로나 등 유럽 노선이다"며 "이 노선들의 경우 통합에 따른 재배분이 없었다면 50년을 기다려도 얻을 수 없는 운수권이다"고 높게 평가한 바 있다.

아시아나 화물사업 인수 후보자로는 현재 제주항공, 이스타항공이 거론된다. 아시아나 화물사업 인수 자금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해당 사업을 확보할 수 있다면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의 경우 아직 심사 중이나, 다른 국가들처럼 조건부 승인을 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미국이 타 항공사에 운수권이나 슬롯을 배분할 것을 요구한다면 국적 항공사 중에선 에어프레미아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프레미아는 이미 미국 여러 노선에 취항해 경험이 충분하며, 지난해엔 LA와 뉴욕 노선에서 22만9300여 명을 수송하며 11.6%의 점유율을 차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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