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사업 구조조정 시급한데"…이해관계자 분쟁해결 어떻게

최홍 기자 2024. 2. 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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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순위-후순위 채권자들 간 입장차 뚜렷
후순위자, 경·공매시 토지 가격 하락해 손실 불가피
시행사·신탁사, 경·공매 막기 위해 소송 남발하기도
대출 계약서상 일부 채권자 반대하면 경·공매 아예 불가능
금융당국, 의견수렴 추진…경·공매 동의조건 개선키로
"경·공매로 토지가격 하락해야 PF사업성·금융건전성 제고"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세는 7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월 셋째주(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6% 하락했다. 사진은 21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도심 아파트의 모습. 2024.01.2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조정의 애로사항으로 꼽히는 이해관계자 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회복을 염두에 두고 PF 손실을 회피하려는 후순위 채권자와 경·공매로 신속하게 채권을 회수하려는 선순위 채권자 간의 입장 대립이 지속돼서다.

시행사 또는 신탁사가 경·공매를 저지하기 위해 소송을 남발하는 점도 문제다. 대주단 계약서상 일부 채권자가 반대하면 아예 경·공매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PF 옥석가리기의 저해 요인으로 꼽힌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당국은 금융회사·건설업계·신탁사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경·공매 장애요인에 대한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만간 이해관계자들과 만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구조조정 속도가 더디다고 판단하고, 시장에 여러 차례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3일 "정상적 사업이 어려운 곳마저 만기연장하는 등 부실 사업장 정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PF손실 인식을 회피하며 남는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사에는 엄중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후에도 간담회나 임원회의에서 금리인하 기대와 부동산 경기 회복에 따른 금융사의 PF 손실 회피를 지속적으로 비판했다.

PF 사업장에서는 구조조정을 두고 이해관계자 간 줄다리기가 첨예하게 이뤄지고 있다. 선순위-후순위 채권자 간의 입장 대립이 대표적이다.

은행·상호금융·대형저축은행 등 선순위 채권자들은 대출 만기연장을 하지 않고 사업장의 경·공매를 통해 채권을 회수하려 한다. 선순위에 해당하는 만큼 경·공매에서 토지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이들은 웬만해선 손실을 보지 않는다. 그러나 캐피탈사·증권사 등 후순위 채권자들은 경·공매에 따른 가격 하락이 발생하면 손실이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100억원 가격의 사업장을 매입하려는 시행사(부동산 개발업체)에 은행이 60억원, 캐피탈사가 20억원을 대출해 줬다고 가정해 보자. 향후 경·공매 낙찰 과정에서 사업장 가격이 100억원→70억원으로 떨어지면 은행은 선순위로 60억원을 모두 회수할 수 있지만 후순위인 캐피탈사는 10억원만 회수할 수 있게 된다. 후순위 채권자가 받아야 할 나머지 10억원은 그대로 손실 처리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후순위 채권자들은 앞으로 부동산 경기가 상승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근거로 경·공매를 반대하는 상황이다. 최근 기준금리 동결에 따라 발생하는 금리인하 기대감도 PF 사업성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경향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또 채권자 전원이 동의해야 하는 경·공매에 돌입할 수 있는 대출(신탁)계약도 문제로 꼽힌다. 당장 PF 손실을 회피하려는 일부 후순위 채권자들이 반대 의견을 던지면 구조조정이 시급한 부실 사업장인데도 경·공매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행사 또는 토지 관리를 수탁한 신탁사가 선순위 채권자를 대상으로 경·공매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같은 이해관계자 분쟁을 해결하려는 이유는 경·공매로 토지 가격이 하락해야만 부동산 사업성이 증가하고 금융사 건전성이 강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토지 가격이 하락하면 제조 원가, 즉 공사비용이 낮아지면서 분양가도 하락해 이전보다 더 잘 팔리게 된다. 사업자에게는 PF 사업성이 좋아진 것이고, 전체 시장 관점에서는 현재 상황(부동산 경기 하향)에 맞는 적정 가격을 찾은 셈이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일부 채권자(후순위)들이 토지 가격 하락으로 손실을 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부실을 털어냄으로써 건전성을 회복하고, 경·공매를 통한 신규 차주(토지 인수자)를 얻게 돼 신규 대출을 취급할 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손해 보고 못 팔겠다고 하면 금융사의 건전성 지표는 더욱 나빠지고 PF에 대한 새로운 신규대출 수요는 나오지 않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다른 당국 관계자는 "PF 사업장 재구조화를 위해 채권자 모두 동의하지 않아도 경·공매에 돌입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g88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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