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發 한파에 증권업계 4분기 적자 ‘무더기’… “충당금 여파”

국내 주요 증권사가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부동산 평가손실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적립 등의 여파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흐린 날씨 속 여의도 증권가. /뉴스1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하나·메리츠·신한투자·키움·대신증권 등 10대 증권사가 가운데 6곳이 2023년 4분기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메리츠증권(1110억원)·NH투자증권(890억원)·KB증권(225억원)·대신증권(11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다.

지난해 연간 기준 실적에서 3분기 누적 실적을 뺀 값으로 보면 가장 부진했던 곳은 하나증권으로, 252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어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각각 1892억원, 1580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고 신한투자증권이 순손실 125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투자증권(-258억원)과 삼성증권(-71억원)도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사의 부진한 성적은 작년 말부터 PF 관련 위기감이 고조되자 금융당국이 사업장 재평가와 보수적인 시나리오에 기반한 충당금 추가 적립 등을 적극 유도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앞서 “올해부터는 정당한 손실인식을 미루는 등의 그릇된 결정을 내리거나 금융기관으로서 당연한 책임을 회피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시장에서의 퇴출도 불사하겠다”며 충분한 충당금 적립을 지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YONHAP PHOTO-3296> 인사말하는 이복현 금감원장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4년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2.5 ryousanta@yna.co.kr/2024-02-05 10:31:53/<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증권사들은 감사보고서 공개 전 구체적인 적립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대부분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설정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일각에선 증권사마다 지난해 4분기에만 1000억원 넘게 충당금을 쌓았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충당금 적립과 투자목적자산에 대한 평가손실 및 손상차손으로 지난해 한 해 4900억원의 비용을 인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4분기에만 태영건설을 포함한 부동산 PF 충당금이 약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증권은 지난해 4분기 시장 예상보다 큰 15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한 것으로 추정됐다. KB증권도 전 분기(162억원) 대비 558.6% 증가한 1067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하나증권은 충당금 1240억원 및 투자 자산에 대한 평가손실 2600억원을, 신한투자증권은 대체투자자산 평가손실 1633억원 등 비용 요인을 반영해 모두 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부동산 개발 경기 침체 장기화와 금융당국의 대손충당금 적립 강화 기조에 따라 부동산 PF 관련 대손비용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규모 대손비용과 영업외비용이 증권사 이익창출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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