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그가 돌아오면, 원전도 돌아온다?…트럼프의 '값싼 에너지 원칙'
안녕하세요. SBS 손승욱 기자입니다. 요즘 트럼프 전 대통령 기사가 부쩍 늘었습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 화석 연료의 귀환 = 친환경 에너지의 추락'이라는 주장이 많이 눈에 띕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오면 그렇게 될까요?
트럼프의 Agenda 47 "값싼 에너지"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다시 이루겠다"
무슨 얘기들이 담겨있을까요? 세부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1. (바이든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정에 재가입한 것은 미국에 불리합니다. 석유, 가스, 석탄 생산에 걸림돌이 됐습니다. 파리기후협정에서 다시 탈퇴하겠습니다.
2. (친환경 정책으로) 에너지 비용이 높아지면서 인플레이션을 심화했습니다.
3. 친환경 정책인 그린 뉴딜로 중국만 혜택을 입었습니다.
4. 정유시설, 파이프라인, 발전소를 건설해 값싼 전기를 만들겠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최준영 전문위원|법무법인 율촌,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전력 요금이 저렴한 나라로 만들겠다"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어젠다 47이라는 공약 리스트에 올라와 있어요. 어떤 수단을 쓰든지 미국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는 핵심적인 게 낮은 에너지 가격을 갖추는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값싼 에너지'란 어떤 의미일까요?
얼핏 생산 비용이 비싼 '친환경 발전'을 그만두고, 석유나 천연가스, 석탄 같은 비용 낮은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정책을 펴겠구나라는 생각부터 듭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태양광 발전 밀어주는 (바이든 정부의) IRA가 중국 배만 불리고 있다"라며 맹렬히 비난을 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태양광 산업 통계를 살펴보면, 글로벌 태양광 제품 생산의 7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고, 특히 미국에서 소비되는 모듈의 10%만을 미국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최준영 전문위원|법무법인 율촌,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
(공화당 지지자가 많은) 텍사스는 좌파 싫어하고 재생에너지 거부하고 이럴 거라고 생각하지만 태양광 패널 깔아놓고 그 위에 풍력발전기 돌리면 바람 잘 불고 햇빛 잘 내려쬐는 동네입니다. 전기요금 한 푼도 안 내고 내 집에서 쓸 수 있고, 내 조그마한 사업장에서 돌리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데 그거 왜 안 씁니까? (트럼프 전 대통령도) 억지로 쓰지 말라고는 하지 않을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 어떻게 이해하는 게 좋을까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오면, "화석연료 밀어주고, 친환경 에너지 밀어낸다"라고 2분법적으로 추정하는 건 제법 가능성 높은 전망이지만, 꼭 그의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은 아니라는 게 에너지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제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산유국의 위엄.. 화석연료 맘껏 뽑겠다?
조홍종|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번째 어젠다로 에너지를 얘기하고 있고, 그 어젠다 안에는 '미국 내에 있는 화석연료를 사용하겠다' '특히 천연가스는 많이 사용하겠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미국 내에 있는 석유 자원과 천연가스 자원을 다 사용할 겁니다.
이미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1) 셰일가스 채취 기술 발전 2) 인플레이션 조절을 위한 생산량 증가 정책 등으로 인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국 EIA(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美 에너지관리청)의 '주간 보고서'는 지난달 "1월 둘째 주 생산량이 하루 1,330만 배럴로 주간 기준 역대 최대량을 기록했고, 향후 2년간 생산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오면 이런 방향성은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홍종|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오면) 공공택지에서도 석유나 천연가스 시추가 가능해지고 그걸 가지고 이제 돈 버는 기업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고, 파이프라인도 새로 연결하고 이송하는 배송관들을 다 다시 설치할 거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생산을 하게 될 겁니다.
파리기후협약 탈퇴.. 바이든 되돌리기
조홍종|단국대 경제학부 교수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사람이고요. 자기가 당선이 됐을 때 파리 협약을 가장 먼저 탈퇴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대선 공약의) 첫 번째 어젠다가 파리 협약 탈퇴와 더불어 미국의 가장 값싼 전력과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겁니다.
세계 최강 미국이 친환경 정책보다는 '값싼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석유 및 천연가스 증산이 계속될 경우 "선진국, 너희들은 예전에 다 경제개발 하면서 지구 오염시켜 놓고 왜 우리만 괴롭히느냐"며 '각종 환경 규제'에 불만을 품어온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들도 화석 연료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홍종|단국대 경제학부 교수
바이든 정부에서는 금지하고 있는 것들이 많은데요, 그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 하겠다는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걸 다 하게 되면 결국에는 석유나 천연가스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과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또 다른 트렌드가 생겨나게 될 것입니다. 미국이 앞장서서 (석유 생산을 늘리면) 결국 전 세계에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하게 됩니다. 그러면 사용자가 늘게 될 겁니다. 그랬을 때 친환경 산업은 더욱더 성장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원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예전 트럼프 정부 당시 원자력 정책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로 가보겠습니다.
1979년 미국에서는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가 온 미국을 공포에 몰아넣었습니다. 당시 가동을 시작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은 원자로에서 냉각장치 이상으로 온도가 5천도까지 올라가는 일이 발생합니다. 연료봉이 녹아내리고, 건물 내 방사능 수치가 정상치보다 1,000배까지 올라가고, 5단계의 안전장치 중에 4단계까지 뚫리면서 비상이 걸리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당시 인근 주민 10만명이 동시에 대피하면서 주변이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다행히 방사능 노출 수준이 크지는 않았지만, 미국 정부가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게 된 배경이 됐습니다.
조홍종|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예전 트럼프 정부에서는 원전에 대한 연구 개발 비용을 가장 많이 늘렸습니다. 당시에도 친환경에 대한 이슈가 없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친환경보다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욕구가 훨씬 많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오더라도 당장 미국 에너지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분석입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제약도 많다는 점 때문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손승욱 기자 s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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