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日에 '국가부도' 위기 처음 역전 당해...경제부총리는 "의미 없다"[김용훈의 먹고사니즘]

2024. 2. 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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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소비·투자·정부지출·순수출 4개 요소 모두 '마이너스'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5년 만에 일본한테 역전 당했습니다.

일본 내각부가 밝힌 일본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은 1.9%인데,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1.4%입니다. 일본이 우리보다 0.5%포인트 높습니다. 우리나라 성장률이 일본보다 뒤진 건 ‘국가부도’ 위기를 맞았던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입니다.

GDP를 구성하는 요소는 민간소비·기업투자·정부소비·순수출 이렇게 모두 4가지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우리 경제지표를 뜯어보면 이 4가지 지표가 모두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①민간소비 2년 연속 감소…작년 감소폭 20년 만에 최대

민간소비부터 따져볼까요. 각 가정, 개인의 소비 지출이 늘었는지 줄었는지 여부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매판매 동향으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통계청은 지난 8일 ‘2023년 4분기 및 연간 시도 서비스업 생산 및 소매 판매 동향’을 발표했는데요, 지난해 전국 소매 판매는 전년 대비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2년(0.3% 감소)에 이어 2년 연속 줄어든 수치입니다. 특히, 지난해 소매판매 감소율 1.4%는 2003년(-3.2%) 이후 20년 만에 가장 컸습니다.

소비가 줄어든 이유는 모두들 체감하는 것처럼 치솟은 물가 탓으로 풀이됩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7월 2.4%에서 8월 3.4%로 반등했고 9월 3.7%, 10월 3.8%, 11월 3.3%, 12월 3.2% 등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올해 1월 들어 2.8% 상승률을 기록하며 6개월 만에 2%대로 떨어졌지만,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로 전환한 걸 감안하면 2월 물가는 다시 치솟을 걸로 전망됩니다. 특히 설을 앞둔 1월엔 사과·배 값이 1년 새 2배로 올라 서민들이 힘들었죠.

정부는 물가가 다시 3%대로 치솟는 걸 막기 위해 2월 말 종료될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추가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휘발유는 인하 전 탄력세율 대비 리터(ℓ)당 205원, 경유는 212원,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73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향후 2개월간 유지됩니다. 하지만 이미 깎아주고 있던 세금을 계속해서 깎아주는 것인 만큼 서민들의 체감도는 크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4월 총선 이후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되면 충격이 훨씬 크게 느껴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②기업투자, 4년 만에 가장 큰 폭 감소

지난해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5.5% 급감했습니다. 지난 2019년(-5.6%) 이후 4년 만에 최대 감소폭입니다. 작년 1분기(5.9%), 2분기(4.7%)는 투자액이 늘었지만, 3분기와 4분기 설비투자가 각각 3.8%, 4.2% 줄었습니다. 3분기와 4분기 설비투자 경제성장 기여도가 각각 마이너스(-)0.4%p, -0.4p를 기록하면서, 지난 한해 설비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0%포인트(p)를 기록했습니다. 성장률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임시투자세액공제까지 도입했지만, 지난해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217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는 올해에도 기업 투자 확대 유도를 위해 연말까지 임투를 연장하고, 일반 연구개발(R&D) 증가분 세액공제율 한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이렇게 하면 기업 투자가 확대돼 고용이 늘고 법인세수도 늘어난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법인세는 80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3조2000억원 줄었습니다.

올해에도 설비투자가 개선될 진 미지수입니다. 지난 연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300인 이상 기업 중 올해 긴축경영을 하겠다는 응답은 52.3%로 1년 전 조사 때(12.8%)보다 4배 이상 늘었습니다.

③경기침체인데 정부는 허리띠? 결국 ‘역대급 불용’
[헤럴드경제 DB]

경기가 좋지 않을 땐, 보통의 경우 정부는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합니다. 복지 예산을 늘려 직접 지원도 가능하고,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허리띠만 졸라 매고 있습니다. 정부 지출을 늘리는 건 고사하고, 쓸 돈도 못 쓰니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겠죠. 지난해 정부가 쓰려고 했던 예산 지출액 540조원에서 전년도 이월액과 실제 지출액을 뺀 ‘결산상 불용액’은 무려 45조7000억원에 달합니다. 불용액은 ‘쓰겠다고 했지만 쓰지 않은 돈’입니다. 역대 최대치입니다.

법인세 등이 감소하면서 국세 수입이 애초 예상보다 줄어든 탓입니다. 실제 작년 정부가 거둬들인 돈은 497조원입니다. 예산보다 37조원 줄었고, 쓴 돈은 예산 대비 49조5000억원 줄어든 490조4000억원이었습니다. 지난해 국세는 344조1000억원 걷혀 본예산에서 예상한 세입보다 56조4000억원 부족했습니다. 나랏빚도 작년 11월 말 기준 국가 채무는 1109조500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정부 연간 전망치 1101조7000억원을 웃도는 규모입니다.

④2년 연속 ‘무역적자’…대중 무역적자 확대

무역적자도 심각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99억7000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적자 규모는 2022년 477억8000만달러에 비해 축소됐지만, 2년 연속 적자입니다.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은 미국과 중국의 긴장 관계가 지속되면서 우리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지난해 우리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중국으로의 수출은 19.9% 감소했습니다.

문제는 대중 무역적자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대중 무역적자는 180억달러(약 24조원)로 1992년 한·중 수교 후 가장 많았습니다. 대중 수입이 1년 새 8% 감소한 사이 수출은 20% 줄어든 탓입니다. 당장 올해 2월 1~10일 수출액도 1년 전보다 15% 감소했는데, 이 중 중국으로의 수출이 20.3% 줄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전체 무역적자도 20억달러에 달했습니다.

중국 시장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습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작년 수입은 2조5568억달러(약 3400조원)로 전년보다 5.5% 감소했습니다. 이 와중에 중국의 대(對)한국 수입(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율은 18.7%로 평균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대만(15.4%), 미국(6.8%), 일본(12.9%) 등 주요 비교 국가보다 더 높은 감소율입니다.

최상목 “의미 없다”...26일 ‘기업 밸류업’ 주목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25년 만에 우리나라를 앞지른 것에 대해 최상목 부총리는 16일 “한해 성장률 놓고 일본이 우리보다 역전했다는 건 큰 의미 없다”고 말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네, ‘일본한테는 가위·바위·보도 져선 안된다’는 이야기는 이제 한-일 간 축구 국가대표 중계 방송에서나 하는 말이겠죠? 하지만 민간소비·기업투자·정부소비·순수출이 모두 고꾸라져 국가와 국민이 모두 가난해진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미 저소득층의 필수생계비는 치솟았고, 처분가능소득은 줄었습니다. 이를 타개할 방법을 하루 빨리 모색해야 할 것 같은데, 오는 26일 정부가 발표한다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궁핍해진 서민 살림살이에도 보탬이 될 수 있을까요.

※[김용훈의 먹고사니즘]은 김용훈 기자가 정책 수용자의 입장에서 정책에 대해 논하는 연재물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나 부족함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제보(fact0514@heraldcorp.com) 주세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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