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벤치마킹한 '밸류업' 26일 발표... 기관투자 유입 성공하나

이남의 기자 2024. 2.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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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기업 밸류업' 탈출 정책... 증시 부양 열쇠될까①] 밸류업 기대감에 '저PBR' 열풍… "주주환원 속도 내야"

[편집자주]정부가 오는 26일 기업가치 제고의 일환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다. 미국 등 주요국 증시 대비 저평가된 국내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취지다. 일본 증시는 지난 16일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종가기준 38400선을 돌파하며 '거품(버블) 경제' 이후 34년 만의 최고가를 달성, 경제 침체기를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소식에 외국인들은 저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을 사들이며 코스피 상승을 이끌고 있다.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개선될지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일본 벤치마킹한 '밸류업' 26일 발표... 기관투자 유입 성공하나
②증시 주도주 바뀌나… 자동차·금융·지주사 뜬다
③저평가株 열풍에… 주주가치 테마 ETF도 '후끈'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오는 26일 공개된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뼈대는 기업이 스스로 장단기 목표를 설정해 이행계획을 마련하는 일본의 증시부양 정책이다.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 기업을 대상으로 자본 효율성 개선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저PBR 종목의 주주환원정책을 이끌어냈다.

PBR은 주식의 장부상 가치(순자산)와 비교한 시장 가치(주가·시가총액)를 뜻한다. 이 수치가 1보다 낮으면 회사의 시장가치가 장부상 가치도 안 될 정도로 저평가됐다고 본다. PBR 1배 미만 기업이 스스로 주가 부양책을 내놓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코스피시장과 견주는 일본 프라임시장에서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공표한 상장사는 1656개사 중 39.9%인 660개사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상장사들이 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치 등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대응 전략 마련을 주문했다. 저평가된 상장사의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공시우수법인은 가점을 주고 주주가치가 높은 기업들로 구성된 지수 개발과 추종 ETF(상장지수펀드) 상장도 추진한다. 사실상 저PBR 기업의 주가부양 노력을 강제하고 이를 독려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배당은 금액을 확정한 후 배당받을 주주를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상장사 배당절차 개선과 국내외 기업설명회(IR) 강화도 추진한다.


밸류업 기대에 코스피 2650 눈앞… 외인 순매수


주식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외국인들은 금융이나 보험, 자동차 등 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저PBR 업종에 5조원이 넘는 강한 매수세를 보인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2613.80)보다 34.96포인트(1.34%) 오른 2648.76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859.21)보다 1.61포인트(0.19%) 하락한 857.60에 거래를 종료했다. /사진=뉴시스
2월 증시는 연초부터 무섭게 '팔자'에 나섰던 외국인이 '사자'로 돌아서면서 상승세를 탔다. 코스피는 이달에만 6%대 상승곡선을 그리고 2640선 후반까지 올라 연초 하락 분을 되돌렸다. 지난 16일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4.96포인트(1.34%) 오른 2,648.76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5.96% 하락하며 글로벌 증시 랠리에서 소외됐던 코스피는 이달 들어 6.11% 올랐다. 2월만 놓고 보면 코스피의 상승세는 일본 닛케이지수(4.62%)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2.77%) 등을 뛰어 넘는다. 심지어 미국 나스닥 지수(4.35%)보다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종가인 2655선 회복도 눈앞이다.

코스피 오름세를 주도한 것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이달 지난 13일까지 5조4043억원을 사들였다. 순매수 업종은 ▲제조업(3조4990억원) ▲운수장비(1조8257억원) ▲전기전자(1조3505억원) ▲금융(1조1920억원) 순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대차(1조2020억원) ▲기아(4920억원) ▲삼성물산(3040억원) ▲KB금융(2340억원) ▲하나금융(2290억원) 등 저PBR 종목에 집중됐다. 현대차 순매수액은 코스피 전체 외국인 순매수액의 4분의 1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지주회사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회사는 주주환원 확대를 위한 재원 확보에 용이하고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평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에 속한 지주회사(일반지주 29개사·금융지주 10개사)의 평균 PBR은 0.56배로 코스피200 PBR 0.95배 대비 저평가됐다. 반면 SK는 자사주를 24.6% 보유하는 등 지주회사의 자사주 비율은 높은 편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는 공정거래법상 부채비율 한도 제한으로 안정적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고 자회사로부터 배당과 로열티 수익 유입으로 현금흐름이 양호하다"며 "PBR 1배 미만이면서 규제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대기업·금융·통신 등)들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호응하는 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상장사 참여 관건… 정책 지속성, 주주친화 주목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상장사의 참여도가 중요하다. 또 외국인을 비롯해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의 자금이 얼마나 유입될지에 따라 성패가 가려질 전망이다.

일본 공적연금과 중앙은행은 2014년부터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가중치를 부여한 닛케이(NIKKEI) 400 지수를 새로운 벤치마크로 삼아 일본 주식을 매입했다. 지난해 6월 ROE가 자본비용보다 높고 PBR이 1배를 초과하는 기업 150곳을 모아 'JPX 프라임 150 지수'를 새롭게 개발했다. 이에 기관투자자가 JPX 프라임 150의 벤치마크를 사용하도록 유도해 일본 상장기업에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2022년 말 2만6095에서 지난 16일 3만8487로 47.48% 상승했다. 1990년 1월 이후 약 34년 1개월 만에 처음으로 3만8100선을 넘어선 순간이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으로 통칭되는 긴 침체기에서 벗어났다는 상징적인 순간을 맞이할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이 일본의 성공 사례를 따라가려면 증시부양 정책의 지속성도 요구된다. 금융당국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일회성이 아닌 문화를 바꾸는 장기 프로젝트로 준비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 엔화 약세 등 환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정책 효과에 기대해야 한다.

이밖에 기업들의 배당 증액,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 정책도 확대해야 한다. 배당은 잉여자본을 주주들과 나누기 때문에 그만큼 총자본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자사주 매입은 유통주식수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소각을 해야 발행주식수와 자본의 감소로 BPS(주당순자산가치)와 EPS(주당순이익가치)가 상승한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미흡한 주주환원, 저조한 수익성과 성장"이라며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이 운용 벤치마크로 활용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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